서문 3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보론)

정답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조언

by 최지형

(제 글은 아버지 자신의 성찰이자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자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 어린 아버지의 조언입니다. 총 40여 편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서문 3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보론)


이 글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기록이다.

고전을 읽는 과정에서 성인들과 학자들이 말한 내용을

내 삶에 비추어 나름대로 소화하고,

그것을 정리한 것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까지 질문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결국 나만의 명분을 만들게 되었다.


누구나 삶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이렇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너에게도 너만의 가치관을 세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인간이라면 당연히 감정과 욕구가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이기 때문에
칠정(七情) — 기쁨, 노여움,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망과
오욕(五欲) — 귀, 눈, 입, 코, 사지(四肢)가 원하는 것들이 생기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음은 그런 것들에 쉽게 유혹된다.
욕구는 인간 활동의 원동력이 되기에 욕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욕구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이다.


2. 그래서 욕구를 다스리는 삶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以道制欲


고전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도리로서 욕구를 제어하라(以道制欲)’


즉,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

이 다섯 가지 기본적인 도리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욕구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욕구가 도리를 벗어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다.


그렇게 되면 결국 **오명(汚名)**을 얻게 되고,

삶이 무너지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3. 그렇다면 도리를 지키는 삶은 무엇이고, 정말 꼭 필요한 걸까?


사실 “도리에 맞게, 품격 있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너무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정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법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정말, 왜 착하게 살아야 하지?

착하게 안 사는 인간들도 잘 먹고 잘 사는데…”


그때 마음에 크게 와닿은 글귀 하나가 있었다.


福不可儌, 禍不可避
복은 원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화는 피한다고 해서 꼭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養喜神 以為召福之本
기쁜 마음을 잘 기름으로써, 복을 부르는 근본이 된다.


去殺機 以為遠禍之方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없앰으로써, 화를 멀리하는 방법이 된다.


이 글귀들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복은 내가 아무리 원하고 노력해도 안 올 수 있고,

화는 내가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떠오른 말이 하나 더 있다.


千人所指 無病而死
천 명이 손가락질하면, 병이 없어도 죽는다.


이 말은, 사람이 모인 사회에서 평판과 신뢰를 잃는 것이

때로는 실제 병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매사에 조심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말이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쁜 마음을 유지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살아간다면

과연 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4. 근검절약에 대한 나의 생각


왜 근검절약하며 살아야 할까?

이 역시 꼭 정해진 답이 있는 건 아니다.

절약하지 않는다고 해서 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근검절약을 해야 잘 먹고 잘 산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도 그다지 와닿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래 말에서 큰 의미를 찾았다.


원불교 – 貧賤報(빈천보)
아무리 흔한 것이라도 아끼지 않는 자는 빈천보를 받는다.

물은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이지만
그걸 아무 이유 없이 함부로 쓰는 사람은
후생에 물이 귀한 곳에 태어나
물의 고통을 겪게 된다는 과보를 받는다.


나는 원불교 신자는 아니고, 위 말이 종교적 시각이 들어간 것이라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옳다고 믿고,

근검절약을 꼭 해야 하는 명분으로 삼기로 했다.


5. 어떻게,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 나의 결론


위의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나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복은 얻고 싶고, 화는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행복하고, 기쁘고, 편안한 삶을 원한다.


칠정(七情)과 오욕(五慾)은 인간의 본능적 속성이지만,

이를 도리로 제어하지 못하면

오명이나 치욕을 얻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올바른 삶을 아래와 같이 생각해 보았다.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는 삶 —

즉,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지키고,

남들과 화합하고, 절약하고, 공부하고, 수양하고,

자기 삶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삶.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결국

내가 바라는 복, 행복, 기쁨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이라 믿는다.


하지만 '올바른 삶'을 온전히 실천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뜻을 마음에 생기고 간직하고,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되새기며 스스로를 다잡으며 살아가려는 노력 -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하늘의 뜻이다.




< 글은 자녀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말' 시리즈에 앞서 작성한 서문의 마지막 편입니다. 이어지는 글부터는 본편을 순차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니 많은 조언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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