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0원부터

( 위한조차, 사치일 때)

by 나그네

친구들은


새 옷 새 가방 새 신발


필요 없어도


결제는 스르르


후회는 잠시,


그 뒤엔 부모님 카드가 있다는 걸 안다


나는


돈을 다 잃었다


내 잘못으로


내 선택으로


모두 사라졌다


지갑은 텅 비었고


계좌 잔고는 ‘0’이다


10개 중 2~3개 사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살 수 없다


필요하다 생각해도


현실은 냉정하다


본가에 기대어


월세 걱정은 없지만


버티고 있을 뿐이다


카드값은 밀리지 않지만


한도는 이미 바닥이고


내일도 출근길


버스 안에서


‘내 인생, 왜 이래야 하지’


스스로 묻는다


사고 싶은 것들은


욕망이 아니라


잠깐 아픈 마음을 달랠


작은 위안일 뿐인데


그마저도


나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오늘도


그냥 견딘다


다시,


‘0’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이것도 나다


이렇게라도 살아가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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