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바다, 그리고 우리가 남긴 하루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성인이 되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마치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금세 편안해졌다. 그렇게 함께 양양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새벽 일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니 배가 고팠다. 버스를 기다리며 터미널 앞 포장마차에 앉아 떡볶이와 김밥, 잔치국수를 시켜 먹었다. 따끈한 국물과 매콤한 떡볶이가 어스름한 새벽 공기와 묘하게 잘 어울렸다. 출출함을 달래고 버스에 올라타니 비로소 여행이 시작된 기분이 들었다.
양양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바닷가를 찾았다. 탁 트인 바다와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없이 서 있기만 해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진을 몇 장 남기고, 점심으로는 메밀막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고소한 김가루와 깨가 듬뿍 얹힌 국수는 시원했고, 만두는 투박하지만 속이 알차 든든했다.
배가 부르니 걸음은 느려졌다. 숙소로 향하는 길은 한적했고,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함께 걷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때 하늘 위로 흩날리던 비닐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가볍게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모습이 묘하게 자유로워 보였다.
카페에 들러 잠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다 길가에서 마차를 보았다. “타볼까?” 하고 웃으며 장난을 주고받았지만 결국 타지는 않았다. 대신 편의점에서 술과 간식을 사 들고 숙소로 들어갔다. 무인 체크인이라 조금은 어색했지만 금세 적응했고, 그날 밤 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도 많았고, 진지한 얘기도 오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흘러갔다.
다음 날 아침은 숙취로 시작됐다. 아이스크림으로 해장을 해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디야에 들러 스무디를 마셨고, 차갑고 달콤한 맛이 속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식사는 장칼국수와 메밀전병이었다. 얼큰한 국물은 술기운을 단번에 풀어주었고, 전병은 담백하면서도 칼칼해 여행의 마무리로 딱이었다.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마음은 오래 머물렀다. 바다와 바람, 그리고 다시 이어진 인연이 만들어준 시간은 특별할 것 없는 여정을 특별하게 채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