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를 향한 여행
회사에서 같은 본부도 아닌데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밥을 같이 먹자고 했다. 낯선 제안이었지만 그렇게 함께한 한 끼가 시작이었다. 실습이 끝나고 회사를 떠난 뒤에도 연락은 계속 이어졌고, 어느새 여행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목적은 단순했다. 속초, 그리고 대게였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곧장 밖으로 나섰다. 상 위에는 다양한 반찬들이 먼저 차려졌다. 그 사이에 싱싱한 회가 눈길을 끌었다. 곧이어 등장한 주인공, 커다란 대게는 껍질을 열자마자 살이 꽉 차 있었다. 하얀 게살이 젓가락에 한가득 집혔고, 입에 넣자 부드럽고 달큰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지막에는 게 내장에 밥을 넣고 김가루와 깨를 올려 비볐는데, 붉은 게 껍데기에 담긴 내장 비빔밥은 진한 풍미로 속초까지 온 이유를 단번에 증명해 주었다.
포만감을 안고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닭강정, 오징어순대, 바삭한 튀김까지 이것저것 집어 들다 보니 금세 상자가 가득 찼다. 숙소로 돌아와 맥주와 막걸리를 꺼내고 야식을 펼치니 본격적인 밤이 시작됐다. 캔을 따는 소리, 막걸리 뚜껑을 여는 소리가 동시에 울리고, 우리는 튀김을 집어 먹으며 맥주를 마셨다. 달콤한 피치 막걸리를 곁들이며 회사 이야기, 고민, 웃긴 썰까지 나누다 보니 시간은 훌쩍 흘러갔다. 웃다가, 진지해졌다가, 다시 웃으면서 여행의 밤은 깊어졌다.
다음 날 아침, 비몽사몽 짐을 챙기고 숙소를 나섰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쉬워 바닷가로 향했다. 겨울 바다는 잔잔했지만, 바람은 차갑고 맑았다. 우리는 파도를 바라보며 한참을 걸었다. 그 길 위에서 “다음엔 어디 갈까?” 하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산책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 들렀다. 바삭한 크루아상, 치즈 토스트, 노릇한 에그타르트가 트레이 위에 놓이고, 아이스커피와 흑임자 라떼가 함께 나왔다. 빵을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웃던 순간, 창밖의 바다는 여전히 파도치고 있었고 카페 안은 고요했다.
짧았지만 꽉 찬 여행이었다. 회사에서 시작된 작은 인연이 바다까지 이어졌다. 특별한 계획도 화려한 일정도 없었지만, 대게의 풍미와 맥주 한 잔, 바닷가의 바람이 여행을 가득 채워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국내여행, 속초 1박 2일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