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에서 팔봉산까지, 함께라서 가능했던 길
크로스핏에서 우연히 알게 된 언니와 새벽 네 시에 만나 차를 타고 홍천으로 향했다. 언니는 블랙야크 강원 챌린지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 덕분에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를 경험하게 됐다.
첫 목적지는 계방산. 등산로는 험하지는 않았지만 길고, 잡풀들이 제멋대로 자라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긴장이 됐다. 앞에는 노부부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어가고 계셨다. 숨이 찰 법도 한데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나이 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등산을 취미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 서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땀을 씻어내는 바람과 탁 트인 풍경이 주는 청량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잠시 자유를 만끽하며 사진도 찍고, 하늘 아래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산을 내려와 허기를 달래러 들어간 식당에서는 감자전과 메밀막국수를 주문했다. 웨이팅이 길었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바삭한 감자전은 씹을수록 고소했고, 시원한 막국수는 땀에 젖은 몸을 단번에 풀어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까 등산길에서 “다른 산도 들렀다 집에 간다”던 분의 말이 떠올라, 우리도 팔봉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이름처럼 여덟 개의 봉우리가 이어진 산, 돌산이라 언니 남편의 등산화를 빌려 신고 올라야 했다.
한낮의 햇볕은 거세고, 바위에서 올라오는 지열은 더위를 배가시켰다. 하지만 진짜 고비는 따로 있었다. 바위에 박힌 스테이플러 같은 철심과 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구간.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덜덜 떨리고,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옆에서 “할 수 있어요” 하고 말해주는 언니 덕분에 용기를 냈다.
결국 2봉까지 오를 수 있었고, 인증샷을 남기는 순간 그 모든 두려움과 땀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정상까지 가자는 아주머니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이미 계방산을 다녀온 우리는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웃으며 하산하는 발걸음이 그 어떤 성취감보다도 가벼웠다.
하루에 두 산을 오른다는 건 상상보다 힘든 도전이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웠다. 함께여서 더 특별했던, 산에서 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