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배부름으로 채워진 하루
퇴근 후 허겁지겁 짐을 챙기고 공항버스를 탔다.
밤이 깊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피곤함보다 설렘이 앞섰다.
공항 안의 작은 숙소 다락휴를 예약해 두었기에
씻고 나서 몸을 눕히자마자 금세 잠이 들었다.
대략 세 시간쯤 잤을까,
알람이 울리자 비몽사몽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시간.
비행기 탑승 전, 뭔가 든든한 걸 먹고 싶었다.
터미널 안을 둘러보니 불이 켜진 식당은 단 한 곳뿐 — 칼국수집이었다.
“그래, 일본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식 한 그릇.”
뜨끈한 국물이 피로를 녹여주는 듯했고,
면을 후루룩 넘기며 ‘다음 끼는 일본에서겠구나’ 싶어 괜히 웃음이 났다.
그렇게 허기를 달래고 비행기에 올랐다.
4시간 남짓의 비행이 금세 지나가고,
삿포로의 시원한 여름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는 실감이 났다.
첫 끼는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츠케멘집.
16시 마감이라 짐도 풀지 못한 채 곧장 달려갔다.
“한국인이에요.”라고 말하자 사장님은 반가운 얼굴로
한국어 메뉴판을 내밀며 웃어주셨다.
우리는 특별소스를 두 개나 추가했는데,
음식이 나오자마자 둘 다 놀라버렸다 — 양이 정말 많았다.
그래도 진한 소스에 면을 찍어 먹을 때마다
짭조름하고 깊은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식사를 마치자 사장님은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라며
손을 흔드는 대신 연신 고개를 숙이며 배웅해 주셨다.
그 따뜻한 인사에 괜히 마음이 찡했다.
타지에서 만난 같은 언어의 온도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서, 우리는 곧장 쇼핑 상가로 향했다.
**캔두(CanDo)**의 귀여운 소품들을 구경하고,
지브리샵에서는 피규어 하나하나를 보며 동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챠머신을 돌려 나온 건 ‘양아치 병아리’.
의도치 않게 우리의 여행 마스코트가 되어버렸다.
저녁은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징기스칸’**이라는 가게에서 먹었다.
이곳은 현지에서도 유명한 양고기 전문점.
고소한 향이 가게 안을 가득 채웠고,
우리는 양고기와 계란덮밥을 주문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계란덮밥을 깜빡하셨다.
우리가 말하자 직원분이 웃으며
“저 사람 바보예요!”라며 장난스럽게 혼내주던 모습에
둘 다 배꼽을 잡고 웃었다.
밖으로 나오니 삿포로의 밤거리는
불빛보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가 가득했다.
웃음소리와 음악이 뒤섞인 그 속을 조금 걷다가,
우리는 자연스레 발길을 돌렸다.
많은 인파 속을 피해 조용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 푸딩, 젤리, 음료수를 한가득 사서 숙소로 돌아와 ‘호텔 시식회’를 열었다.
하겐다즈 젤라또, 브륄레, 소금리치 음료까지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푸딩을 한입 베어 물며 “이게 진짜 행복이지.” 하고 웃었다.
그렇게 웃고, 먹고, 또 웃으며
우리의 삿포로 첫날밤이 천천히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