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리고 나는 다시 채워간다.

삶을 짓는다는 것,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었다

by 이수연


발리에서 돌아온 지 몇 달이 흘렀다.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렀고,

일상은 또다시 나를 불러 세웠지만,

나는 여전히 그곳의 공기와 바람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는

삶이란 더 많이 채우고,

더 잘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일과 성취, 타인의 기대에 맞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바쁘게 달렸으니까.


하지만 발리는 내게 말했다.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고,

가끔은 멈춰 서서 숨을 고르라고.

나는 그 말을 마음 깊이 새겼다.


나를 지지하는 하루의 축적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과거의 나는 자주 무너졌지만,

그 무너짐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서 있다.


삶의 방향이 불분명할 때 필요한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믿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떤 순간에도

나를 돌보는 일만큼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삶의 무대에 선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살아낸다.

나답게, 나의 리듬대로.


그 하루가 모여

마침내 나를 완성하는 삶이 되어 줄 것임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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