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받고 싶은 것은 인사일까? 복종일까?

사회복지시설에도 일진이 존재한다.

by 사회복지사B

이번 에피소드는 사회복지사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이야기다.
내 인생에서 출근길이 설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날도 평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했고 동료든 선배든 상사든 상관없이 밝고 또렷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그리고 두 번째 마주쳤을 땐 목례만 했다. 다들 학교에서 그렇게 배우지 않았는가? 첫인사는 밝게, 이후엔 가벼운 목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활하던 어느 날, 입사 시기가 비슷했던 동료 사회복지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B선생님. 제가 말 안 한 게 있었는데요.
자꾸 오해가 커지는 것 같아서 이제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긴장된 마음으로 계속 말해보라고 했다.


“오 선생님이… B선생님 인사 안 한다고,
우리 기관에서 선생님을 고립시킬 거라고 했어요.
저는 듣자마자 어이가 없어서 그냥 흘려들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정말 인사를 안 했던가?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그럴 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자 동료 사회복지사가 또 말을 이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이제 와서 꺼내는 건…
오 선생님이 제가 그 얘기를 B선생님께 전달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어제 저한테 와서 이러시더라고요.
‘너 그 얘기 B한테 했냐? 이제는 아주 억지로 인사하는 게 티가 나서 가증스러워.’
진짜… 미안해요. 저도 중간에 끼기 싫었어요.”


???

오 선생님은 나랑 대화 한 번 제대로 나눠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뭐지? 직장에도 일진 문화가 존재하는 건가?

‘큰 목소리 인사 패티쉬’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내가 싫은 건가?


나는 이후로 오 선생님이랑 마주칠 때마다 그분이 원하는 ‘큰소리 인사’를 매번 해줬다.
오 선생님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내가 봐도 승진은 글러 보였고 굳이 잘 보일 필요도 없었지만 뭐 어쩌겠나.
나는 힘없는 어린 사회복지사였다.


1n 년이 지나, 지금은 내가 팀장이 되어 있다.
확실히 요즘은 인사를 안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솔직히 나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상사인데, 왜 먼저 인사를 안 해?’


하지만 곧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받고 싶은 것은 인사일까? 복종일까?’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인사 하나로 복종까지는 오버가 아닌가? 원래 인사는 예의이며, 예의는 기본이고 조직에선 기본이 중요하다고.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본’이란 말로 누군가를 몰아세운다면, 그건 폭력이 된다.


나는 결론을 찾았다. 인사는 관계의 시작이지,

위계를 증명하기 위해 드는 흉기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인사를 받지 못했던 시절을 지나왔다.
그때의 쓴맛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인사하지 않은 누군가를 단죄하기보다,
그저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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