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우리 시설은 정시퇴근 눈치 안 줍니다.

대신 정시에 끝낼 수 없는 일을 주지

by 사회복지사B

이번에도, 내가 처음으로 ‘사회복지사’로 취업했던 기관에서의 이야기다.
첫 출근 전날, 전화가 왔다.


“8시까지 출근하세요.”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첫날에는 근로계약서도 써야 하고 이것저것 등록할 게 많겠지 싶었다.
그래서 하루 정도 8시 출근쯤이야, 납득 가능한 범위라고 생각했다.

근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8시 출근이었다.


출근 첫날, 8시에 도착했더니 이미 전 직원이 다 나와 있었다.
“출근은 9시부터 아닌가?” 싶었지만, 다들 자리에 앉아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나는 멀뚱히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 선생님께 물어봤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렇게 1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9시가 넘어서야 근로계약서를 썼고, 기관 라운딩도 받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들었다.


“앞으로도 8시까지 출근하세요. 시간 외 근무 신청하시면 됩니다.”


정식 근로계약서에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도 시간 외 근무 신청이 가능하다니, 그러려니 했다.

지시에 따라 매일같이 8시 전에 출근했다.
그리고 빠짐없이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달쯤 되었을 무렵, 팀장이 나를 불렀다.


“B 선생님, 시간 외를 이렇게 계속 달면 어떡해요?”


“8시까지 출근 지시하셔서… 시간 외 근무로 신청했습니다.”


“아이고 B선생님~ 이러면 나 잡혀가요(웃음).
시간 외 10시간 채우면, 그다음부턴 달지 마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 안에 담긴 의미를 정말 몰랐다.

그래서 되물었다.


“그럼 시간 외 근무 10시간 채우면,
9시에 출근해도 되는 건가요?”


그 순간, 표정이 굳었다.
웃음도 사라지고 차가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선생님, 성격 진짜 이상하시네요.
조직 문화라는 게 있는데,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실 건가요?”


???

내가 왜 이기적인가?


나는 지시에 따라 8시에 출근했고
그렇다고 6시에 정시퇴근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 6시 이후 야근에 대해서는 시간 외 근무 신청도 안 했다.

그런데도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팀장이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우린 정시퇴근 눈치는 안 줘요.”


그래서 이 직장은 괜찮은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눈치 준 사람은 없었다.

다만, 6시까지는 절대 못 끝낼 정도의 업무량을 줬을 뿐이다.


이 일이 있고 1n 년이 지났다.
상황이 나아졌을까?


지금은 출근 시간도 퇴근 시간도 터치 안 한다.
대신, 정규 근무시간 안에 절대 못 끝낼 업무를 준다.


야근은 기본이고
업무는 점점 더 쌓이고
몸은 고장 나고
집에 가는 시간은 점점 늦어진다.


나는 사회생활을 사회복지 일밖에 안 해봤다.
그래서 내가 겪는 이 업무량이
일반 기업보다 많은 건지, 적은 건지도 잘 모른다.

근데 가끔은 진심으로 미쳐버릴 것 같다.


정시퇴근은 거의 못한다.
애초에 정해진 시간에 절대 끝낼 수 없는 일이니까.


이건 누구의 잘못인가?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비정상 조직문화가 문제인가?
아니면,
‘못돼 쳐먹지 못한’ 사회복지사들이 문제인가?


나는 지금도 “업무량 너무 많다”며
책상을 엎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렇지만 너무 무섭다.

보복당할까 봐.
이직길 막힐까 봐.

또 다른 내가 예상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까 봐.


나는 15년 이상 일한 중간관리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섭다.


그리고 오늘도
깜깜한 밤에 퇴근 후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이건 대체, 누구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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