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우린 왜, 서로를 힘들게 하며 살아야 할까?

어른들끼리 이러지 맙시다

by 사회복지사B

이번 에피소드는 팀장이 된 후 일어난 일이다.

그때부터 나는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위치가 되었고 동시에 누군가에게 휘둘리기 딱 좋은 위치가 되었다.

상담이 주 업무인 팀의 팀장을 맡았다. 상담 업무 중 대상자의 집으로 찾아가 진행되는 ‘방문상담’은 기본적으로 2인 1조로 운영했다.

사람 일이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도 있었고 무엇보다 나는 팀원들이 상담을 다니며 서로 친해지고 의지하길 바랐다. 직장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기면 매일 출근하는 곳이 지옥처럼 느껴지진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직장은 높은 퇴사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곳이었지만, 내가 팀장을 맡은 이후로는 우리 팀에서 단 한 명도 사직서를 낸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과장은 다르게 생각했다.


“두 명이 왜 같이 가? 그건 비효율적이지.”
“상담 정도는 혼자 다녀와.”


나는 과장이 왜 저러는지 안다.

과장은 나랑 다르게 직원들이 친해지면 시시덕거리느라 직장이 놀이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직장에서 친구가 없으면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인 줄 아는 거다. 과장아, 너는 일만 해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인성이 그래서 직장에서 친구하나 없는 거다. 따르는 사람도 없고.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며 나는 말했다.


“처음 만남은 2명이 가고
라포가 형성되면 그때부터는 혼자 가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계속


“혼자 가라.”
“비효율적이다.”
“인력 낭비다.”
“굳이?”


라는 압박이 들어왔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혼자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한 팀원이 치매 어르신 댁에 혼자 방문했다가 도둑으로 몰리는 민원이 들어왔다.


“낯선 사람이 왔다.”
“돈이 사라졌다.”


또 다른 팀원은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대상자에게 “서비스 지원이 어렵습니다”라고 정중히 말했는데 며칠 뒤 시청·국민신문고·인권위에 3중으로 민원이 들어갔다.

내용은 이랬다.


“어렵다고 한 적 없다.”

“혼자 와서 다 해준다고 했다.”
“사회복지사가 거짓말을 했다.”


우리는 민원 대응을 하느라 바빴다. 3중 민원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사직서는 이미 마음속에 수십 장 써놓은 상태였다.

시청도 우리에게 따졌다.


“왜 혼자 갔어요?”
“그 직원이 해준다고 해놓고 안 해준 거 아니에요?”


우리는 ‘혼자 가라는 과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조차 차마 할 수 없었다.
현장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고만 반복했다.

그리고 그 사이, 과장은 단 한 번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냥 모르쇠.

그러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팀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으면
내가 아무리 그렇게 말했어도
두 명이서 갔어야지!
내가 현장 상황을 알아?
알아서 판단할 것이지.
팀장, 네가 책임져!”


내가 저딴 걸 상사라고, 사람대접을 해줘야 한다니. “네.”라고 대답했고 직접 민원 응대와 수습은 우리 팀에서 처리했다.

대상자에게 찾아가 “어렵다고 한 말이 승낙으로 느껴졌다면 죄송하다”라고 말하며, 선물을 사들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도둑질한 적 없다. 앞으로 어르신 혼자 계실 때는 방문 자제하겠다. 오해를 만든 것 같아 죄송하다”라고 대상자와 가족에게 전화하고 직접 찾아뵙고 사과했다.

시청에도 가서 “오해였고 앞으로 이런 일 없게끔 하겠다. 더 이상 직원들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라고 말했다.


모든 수습을 마치고 현타가 왔다.

사회복지사가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이 바닥엔 여전히 책임 전가와 권위, 비열함과 괴롭힘이 버젓이 남아 있다.


적어도 우리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직업을 택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더 약한 자들에게 화살을 겨냥하고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것일까?

우리는 왜,

서로를 힘들게 하며 살아야 할까?


우리는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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