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은 열렸고 신뢰는 닫혔다.
사회복지사 신입 때 억울한 일이 많아서 그런지, 그 시절 일은 유난히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중 하나.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 전체 연수를 갔을 때 일이다. 숙소에 모여 앉아 다 같이 술을 마셨고 나는 허리도 아프고 분위기도 불편해서 조용히 방으로 먼저 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 현금 15만 원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안타까워했고 나도 ‘아깝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한 선배 사회복지사가 말을 걸었다.
(*현장에선 서로를 ‘선생님’이라 부르지만, 이 글에서는 구분을 위해 ‘선배 사회복지사’라 칭함)
“선생님,
혹시 가방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B 선생님 입사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입사하고 나서 이런 일이 생겨서…”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그 말이 담고 있던 건 의심과 낙인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또 다른 선배 사회복지사가 내 가방을 직접 열고 뒤지기 시작했다.
지퍼를 열고 안주머니까지 확인하고 파우치 속까지 열어봤다. 말 그대로, 샅샅이.
그 순간 이상하게 화는 안 났다. 그보단 긴장이 됐다. 혹시 누가 드라마나 영화처럼 나를 모함하려고 진짜로 가방에 현금을 넣어놨으면 어쩌지,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행인건가? 돈은 안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가끔씩 멍하게 앉아 있을 때마다 생각이 났다. 그 표정, 그 말투, 내 가방을 열던 손길이 계속 떠올랐다.
나는 지금도 상상해 본다.
'만약 그날,
내가 직접 가방을 털털 털어 엎으면서
선배 사회복지사들에게
당장 사과하라고 소리쳤다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어땠을까 싶은 상상을 1n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