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가정교육은 누가 못 받은 걸까?

스물셋, 퇴근을 배우기엔 너무 어린 사무원이었다.

by 사회복지사B

첫 직장이었다.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자격증도 취득했지만, 사회복지시설의 사무원으로 취업했다. 그때 내 나이 스물셋. 지금으로부터 1n 년 전의 일이다.

근로계약서에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눈치가 보여 먼저 퇴근하기가 어려웠다. 누군가 먼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뒤따라 나섰다.

그렇게 매일 저녁 8시, 두 시간 동안은 그냥 앉아서 일하는 척했다. 당시 사무원은 시간 외 수당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안쓰러웠는지 옆자리 선배 사회복지사가 말했다.

“시간 외 수당도 없는데 뭐 해? 일찍 가.

가기 전에 원장님한테 인사드리고 가면 돼.

원래 예전 사무원들도 다 그렇게 했어.”


그 말을 듣고 다음 날부터 6시 20분쯤 퇴근해 봤다. 6시에 퇴근하고 싶었지만 어색해서 어물쩍거리다 그 시간이 됐다.

‘어라? 정말 되네?’

며칠간 그렇게 퇴근했다. 그리고 일이 터졌다. 원장이 잔뜩 화가 난 채로 말했다.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원장이 퇴근도 안 했는데 네가 퇴근을 해?”


나는 얼어서 그 당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게 됐다. 나처럼 어린 사무원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전엔 대부분 40대 이상이었다고. 어려서 함부로 말하고 어려서 함부로 부려먹은 거였다.

그 뒤로 나는 원장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원장이 10시에 퇴근하면 나도 그제야 10시 넘어서 퇴근했다. 그 양반은 참 일찍 집에 가지 않았다. 심지어, 행사도 없는데 주말에 나오라는 압박도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도 못 갔다. 그렇게 버티며 받은 월급은 120만 원. 그때 최저시급이 5천 원쯤이었지만, 야근하고 주말까지 일한 나에겐 시급도 안 되는 돈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치욕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원장은 항상 원장실에서 연초 담배를 피웠는데 어느 날, 내 손에 현금을 쥐여주며 말했다.


“담배 좀 사 와.”


사회복지사가 되어서 담배를 심부름할 줄은 몰랐다. 그 이후로 담배 심부름꾼도 겸하였다.


가정교육은 누가 못 받은 걸까?


그해 나는 ‘사회복지’라는 이름 아래, 참 많은 걸 견디는 법부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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