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했던 말, 기억은 나요?
진짜 사회복지사로 처음 들어간 기관. 사회복지사가 된 지 이제 막 1년 되기 전이었다. 처음이니까 당연히 다 조심스럽고 시킨 거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근데 어느 날 상사가 툭 던졌다.
“이번 행사에 신입들끼리
장기자랑 하나 하자~”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신입이면 다 안다. 눈치 보면서 “네~” 하는 분위기. 누가 하기 싫다고 말한 적 없는데, 다들 하기 싫어했다. 나도 춤이 젬병이라 당연히 하기 싫었다. ‘누가 하겠지’ 싶었는데, 결국 그 누가가 나였다.
그래도 뭐라도 열심히 하면 칭찬은 해주겠지 싶었다. 그 생각으로 유튜브에서 춤 영상 찾아 외워오고 같은 조 신입들한테 알려줬다.
같이 연습하는 신입직원 중 미연(가명)은 말도 예쁘게 하고 싹싹한 스타일이었다. 상사들이 예뻐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특히 어떤 선배는 유독 미연한테 잘해줬다. 그게 나쁠 건 없지. 나도 아무 생각 없었다.
장기자랑 연습을 며칠째 하던 중 어느 날, 미연이가 퇴근 후 밤에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얘기를 출근해서 들었다. 과로였는지,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결근한다고 했다.
그날 오후, 그 선배가 나를 불렀다. 나는 장기자랑 피드백인가 보다 했다. 근데 갑자기 나를 경멸스럽게 바라보며 이런 말을 했다.
“너 실업계 고등학교 나왔다며?”
“그럼 좀 조용히 하지.
실업계에서 놀던 버릇을 직장까지
끌고 오면 어떡해?”
진짜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 나왔다. 평범한 학생이었고 문제 일으킨 적 없고 대학도 나왔고 사회복지사 1급도 땄다. 공부를 잘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 나름 열심히 살았다.
예전에 누가 “학교 어디 나왔어요?” 물었을 때, 관심인 줄 알고 호의적으로 대답했다. 그게 약점이 돼서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냥 하기 싫은 장기자랑, 조금이라도 민망하지 않게 해보려 했을 뿐이다.
근데 나는 갑자기 사람 하나 쓰러지게 만든 주범처럼 몰렸다.
그 말 이후, 나도 모르게 미연이랑 어색해졌다. 멀리한 건 아닌데, 괜히 눈치 보이고 말 붙이기도 뭔가 찝찝했다. 미연이랑 나는 아무 잘못도 없었다. 그냥 좀 아팠던 사람, 그냥 좀 나섰던 사람. 그뿐이었다.
평상시에 도대체 뭘 생각하면서 살아야 40대 나이에 20대 중반짜리한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걸까? 지금 40대를 바라보는 나는 아직도 그 선배를 이해 못 하겠다.
그리고 지금도 궁금하다.
그 선배는 아직도 내가 사람 하나 쓰러지게 만든 주범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이 에피소드 자체를 기억도 못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