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다

- 마음속 깊은 곳에 배어있는 추억

by 향기가 주는 기쁨

어린 시절 작은 손톱 위

봉숭아 꽃잎을 올렸던 기억이 있다.

붉은빛이 금방 내 손위에 물든다.

지워지지 않고 꽤 오랜 시간 내 위를 머물다

손톱이 다 자라나 갈 때에야 겨우 없어졌다.


물이 들어버린 손과 손톱은 물리적으로는 사라졌지만,

돌이켜보면 내 마음에 추억이라는 물이 들어-

그 기억은 몇 년이 더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 마음에 다양한 색채의 물이 들어있다.

아름답게, 때로는 강렬하게.

어떤 건 나도 느끼지 못할 만큼 느리게.

또 어떤 건 지우고 싶지만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처럼 잔인하게.


인생의 무수한 순간들에 물들고,

시간이 그것들을 밀어내고-

또 다른 봉숭아가 올라와 날 다시 적신다.

일련의 과정을 샐 수도 없이 반복한 지금,

나는 지금 어떤 빛을 띠고 있을까-

그리고 이번엔 어떤 봉숭아가 내 마음 위에 올려져 있나.


이왕이면, 투명하면서 빛나는

봉숭아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남들에게 살포시 올려져,

기쁨이라는 아름다운 물을 들이고 싶다.


◈ 오늘의 향 추천 – 주제: 물들다

▼ 추천 향기:
봉선화 (Garden balsam)

봉선화

▼ 추천 이유:

작은 손톱 위에 물들던 붉은 봉선화처럼,

한 번 스며들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감정의 잔상.
추억을 붉게 물들이고,

마음속 깊은 곳에 천천히 배어드는 추억의 향이에요.

한 철을 지내도 오래 기억되는

그 잔향이 ‘물들다’라는 감정과 깊이 닿아 있습니다.


◈ 오늘의 질문

마음에 가장 깊이 물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금, 어떤 감정이 당신을 천천히 물들이고 있나요?



월·수·금 아침 8시,

오늘의 향기를 당신께 전합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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