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펼쳐 콜롬비아를 바라보면, 이 나라는 남아메리카에서 유난히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다. 대륙의 북서쪽 끝, 태평양과 카리브해라는 두 개의 바다를 동시에 품은 땅. 얼핏 보면 바다를 통해 세계로 열려 있어야 할 나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콜롬비아의 역사는 바다보다 산맥에서,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분절에서 만들어졌다.
콜롬비아는 남아메리카에서 국가 대 국가의 대규모 전면전 경험이 거의 없는 나라다. 주변 국가들이 국경을 두고 총력전을 반복하던 동안, 이 나라는 외부와의 전쟁보다는 내부의 충돌을 훨씬 더 오래 겪어왔다. 이 차이는 우연이 아니다. 콜롬비아의 지리는 전면전을 오래 지속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대신 전쟁의 방향을 안쪽으로 돌려놓았다.
1. 두 개의 바다, 그러나 전쟁을 막지 못한 해안선
콜롬비아는 서쪽으로 태평양, 북쪽으로 카리브해를 마주하고 있다. 두 바다는 나라를 열 수 있는 조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태평양 연안은 밀림과 습지로 내륙과 단절되어 있었고, 카리브 연안은 항구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만 연결되었다. 바다는 침략을 막는 방패도, 평화를 불러오는 통로도 되지 못했다.
이 바다는 전쟁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전쟁과 정치, 갈등의 중심을 산맥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콜롬비아에서 전쟁은 언제나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다. 이 나라는 해양국가가 되지 못했다. 바다는 콜롬비아의 전쟁과 평화를 설계하지 못한 지리였다.
2. 산맥에서 끝난 전면전, 산맥 때문에 시작된 내부 전쟁
콜롬비아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안데스 산맥이다. 이 산맥은 여기서 하나의 벽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안데스는 콜롬비아에 들어오며 동부·중앙·서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이 분기 구조가 이 나라의 전쟁사를 갈라놓았다.
19세기 초, 이 땅은 스페인과 싸웠다. 1810년을 전후로 시작된 독립전쟁은 1819년 보야카 전투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맞는다. 이 전쟁은 외부 제국을 상대로 한 전형적인 국가 대 국가의 전면전이었다. 이때 산맥은 독립군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험준한 지형은 스페인군의 이동과 보급을 어렵게 만들었고, 산맥은 외부의 군대를 소모시키는 장벽이 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전쟁이 끝난 뒤 산맥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스페인이 물러난 이후, 콜롬비아의 산맥은 더 이상 외부의 적을 막는 방패가 아니었다. 대신 내부를 하나로 묶지 못하는 구조로 남았다. 하나의 산맥이 아니라 세 갈래로 찢어진 산맥은 서로 다른 계곡과 고원, 서로 다른 생활권과 권력 구조를 만들었다.
이 구조 위에서 외부 전면전은 설 자리를 잃었다. 대신 전쟁은 내부로 방향을 틀었다. 1948년 수도 보고타에서 정치 지도자의 암살로 촉발된 대규모 폭력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산맥과 계곡을 따라 지역별로 분절된 형태로 지속되었다. 폭력은 한 번에 끝나지 않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살아남았다.
콜롬비아의 산맥은 외부의 전쟁을 끝냈다. 동시에 내부의 전쟁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전면전은 산맥에서 막혔고, 끝나지 않는 내부 충돌은 산맥 때문에 가능해졌다.
3. 강과 하천, 전쟁을 막기보다 옮겨놓은 길
콜롬비아에는 마그달레나 강과 카우카 강이라는 큰 강이 흐른다. 지도 위에서는 이 강들이 국가를 하나로 묶는 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강들은 통합의 길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전쟁이 다른 모습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되었다.
20세기 후반, 무장 세력들은 강 유역을 따라 이동하며 정부군의 추적을 피했다. 한 지역에서 충돌이 줄어들면, 전쟁은 강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강은 전쟁을 멈추는 선이 아니라, 전쟁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장치였다. 콜롬비아의 강은 전쟁을 끝내지 않았다. 전쟁의 위치만 바꾸었다.
4. 하늘에서 본 전쟁, 그러나 닿지 않는 평화
2000년대 들어 콜롬비아 정부는 공중 정찰과 항공 작전을 강화했다. 국가는 전쟁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산맥과 밀림, 분절된 지형은 하늘에서 보이는 것과 땅에서 통제되는 것을 다르게 만들었다.
국가는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지만, 지역의 질서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 하늘은 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공간이 되었다. 지리는 국가 권력의 한계를 분명히 그어 놓았다.
5. 전쟁은 끝났는가, 평화는 완성되었는가
2016년, 정부와 무장 세력 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 대규모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되었다. 그러나 폭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무장 충돌과 범죄가 반복되었다.
이 현상을 정치의 실패로만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외부와의 전면전은 이미 19세기에 끝났다. 그러나 산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분절된 지리는 전쟁을 끝내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콜롬비아에서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지리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한 상태였다. 이 나라의 지리는 전쟁을 부르는 설계자였고, 동시에 전쟁을 막으면서도 평화를 끝까지 완성시키지 않는 조건이었다.
콜롬비아는 외부의 제국과는 싸워 이겼다. 그러나 그 이후, 이 나라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지리 위에 서 있었다. 이 질문은 이제 안데스 고원의 또 다른 나라로 이어진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평화가 완성되지 않는 땅, 볼리비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