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 개발자 노트 해금]

by 마른틈

그러니까 이 이야기가 어떻게 탄생됐냐면요.


저의 인생을 건 이야기를 끝낸 후. 뭘 써야 할지, 뭘 쓸 수 있을지 몹시 고민스러웠던 거예요.


본디 저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는 잘 웃고 잘 노는 사람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그 내면이 어딘가 부끄러울 만큼 침체되어 있지 않겠어요. 그걸 글로 풀어내기에 거리낌도 없는 것이라, 제 특기가 뭐냐고 물어보면 “슬픈 글 잘 쓰는데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이니, 해서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풀어낸 직후인 이번에는 즐겁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답니다.


그러니까 고민돼서 미칠 것 같았던 거죠.


, 내 아이덴티티는 ‘관계’인데,

하지만 몇 없는 인간관계는 이미 전 시리즈에서 탈탈 털렸는걸.

게다가 내 인간관계는 너무 노잼이야.


그래서 뭐 쓰지?

나의 ‘재미있는’, ‘관계’?


가만, 인간관계를 꼭 ‘현실’에 제한할 필요가 있나?


아! 그렇지!

나는 6살 때 게임이란 걸 처음 접한 이후 미친 게임중독자로 살았던 전적이 있는 사람이잖아?


오! 그곳에서 만난 신박한 사람들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이 썰 풀면 ‘재밌는’, ‘관계’에 딱 부합하는 거 아니야?


헉!

난 천잰가 봐, 미쳤다 정말!


그런데 저는 간과했던 거죠.


저는 어디 라디오에 황당한 사연이나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라는 걸요. 자고로 에세이라는 건 나름의 교훈과 철학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저는, 이 이야기를 단순한 ‘고자질’로 풀어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어요. 그리하여 이 소재를 어떻게 철학적으로, 혹은 교훈적으로 풀어나가야 할지가 마지막 고민이었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며 늘 “도대체 왜 저럴까?”라고 생각했던 것이니, 그들의 마음을 심리학 관점에서 풀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는데요. 심지어 직전 학기에 교양 심리학을 듣고 무려 A+을 받아내 우매봉의 끄트머리에 올라선 저는 ‘이거 꽤 해봄직한데?’라는 건방진 마음을 품어버린 것이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인터스텔라의 명장면이 생각나네요, 마른틈 제발 하지 마, 그거 아니야ㅡ!!)


처음엔 독자적으로 자료도 모으고 부족한 내용은 공부해 가며 서술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래도 되나 싶었던 것 같아요. 정확한 지식 없이 함부로 ‘학문’적 영역의 글을 다뤄도 될지 머뭇거렸습니다. 특히 ‘우울감’을 주제로 다룰 때는 더욱 조심스러웠거든요. 제 미천한 지식으로 써 내려간 배려 없는 문장에 누군가 상처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기획까지 다 끝내놓고 작업을 엎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천사 같은 이 순간 작가님(이하 선생님)께서 기꺼이 자문해 주시겠다는 답변을 주셨어요. 저는 언제나 선생님을 무궁히 은애하고 동경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특히나 더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선생님께서는 심리상담 교사로 학교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그 온정한 마음을 저에게 나눠주기에도 거리낌이 없으셔서 저를 폭삭 주저앉게 만드셨던 것이니…(이하생략_주접 1)

그리하여 특히 바쁘신 와중에도 저의 글을 수차례 읽어주시고 용어와 개념, 해석의 위험이 있는 표현들에 섬세하게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필요 없는 개념은 과감히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등 이 시리즈의 톤에 맞게 변주하여 마무리했습니다.

사람이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자기의 일에 몰두할 때라고 했던가요. 저는 당신이 온정한 줄은 알았는데 섹시한 줄은 또 처음 알았…(이하생략_주접2)


하여튼 이 시리즈는 이렇게 수많은 고민과 따뜻한 도움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아마도 눈치채셨겠지만, 이 시리즈의 에피소드들은 전부 제가 겪고, 듣고, 본 이야기들에 약간의 각색 정도만 곁들여졌습니다. 특히 ‘솔이’의 이야기와 마지막 화는 마음이 조금 어려웠던 시절의 제 감정을 꽤 많이 담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읽으시는데 갑자기 몰입이 깨질까 저어 되는 마음에 ‘마른틈씨’ 대신 ‘솔이’가 특별출연하게 었답니다.


저는 아마도 보통은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충(?)이겠으나 이번만큼은 최대한 재미와 교훈, 그리고 얼마쯤의 학술적 지식도 담으려 애써봤습니다. 다시 이런 글을 쓸 날이 오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이 경험이 제 쓰기 스펙트럼을 넓혀줬을 거라 확신합니다. (솔직히 거짓말 안 하고 원고 작업할 때 스트레스받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요. 저에게 정말 너무너무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웹 소설 작가도 아닌지라, 마냥 재미있게만 쓰기에는 이 플랫폼의 연령층에 맞춰 ‘게임’이라는 소재를 튀지 않게 눌러주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게임을 접하지 않았던 분이 이해하기 쉽게 하면서 반대로 잘 아는 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랐습니다. 그 균형을 맞추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각 화마다 시스템 로그 같은 연출에 변주를 둔 것도 그 균형을 위한 장치였는데, 재미있게 읽히셨을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았겠습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슬프지만 저의 역량 부족이겠지요. 유감입니다.)


이 정체 모를 신박한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YSTEM MESSAGE : 개발자 노트 해금 완료!


▶ 보상 : 작가의 주접 쪽지, 약간의 허세 포함된 A+ 심리학 지식

▶ 상태 : 제작자 멘탈 -5, 독자 호감도 +999


▷ 제작자 : 마른틈

▷ 스페셜 땡스투 : 이 글을 관심 깊게 읽은 당신, 언제나 애정하는 나의 이 순간 작가님




!! 경고 !!


플레이 타임이 너무 깁니다!

현실 서버로 강제 로그아웃됩니다.





언제나 당신의 현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