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늦깎이 쌤이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 청소년지도사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했다. 입사하고 보니 젊은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고, 나와 비슷한 연배의 선생님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처음엔 걱정이 앞섰다. 과연 내가 청소년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주변의 몇몇 선생님들도 조심스레 염려의 눈빛을 보내곤 했다.
입사한 지 일주일 되던 날,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수련관을 방문했다. 그들은 젊고 예쁜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인기 많던 그 선생님과 대화하느라 청소년들은 한껏 들떠 있었다.
그 모습 앞에 선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들에게 존댓말을 써야 할지, 말을 놓아야 할지 망설이다 결국 어정쩡한 말투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돌아보면 그날 내 모습이 참 우스꽝스럽다.
나이로 보면 청소년들에게 어머니, 혹은 이모 뻘. 자연스럽게 다가오긴 쉽지 않은 나이였다.
어느 날, 한 동료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선생님, 청소년들 앞에서는 망가져야 해요. 그래야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어요.”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는 말솜씨도 유머감각도 없는 평범한 중년이었다. 고지식한 고정관념의 틀에 머물고 있는,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아줌마'의 이미지. 청소년들에게 호감을 살 만한 유형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청소년들에게 진솔하게 마주 할 자신은 있었다.
그러던 중 수련관에서 행사가 열렸다. 그날 진행된 레크리에이션에서 ‘진화 게임’에 참여하게 됐다. 주변 선생님들은 “선생님도 같이 해요!”라며 권했고, 나는 고민 끝에 게임에 뛰어들었다.
‘진화 게임’은 처음엔 모두 알(계란)로 시작해, 가위바위보를 통해 닭이 되고, 다시 사람이 되는 놀이였다. 알은 쪼그려 걷고 “알알~” 하고 다니다가, 이기면 닭이 되어 “닭닭~” 하며 닭 모양으로 움직인다. 다시 이기면 드디어 사람이 된다. 보기엔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과 금세 가까워질 수 있는 매력적인 게임이었다.
나도 쪼그리고 “알알~” 하며 돌아다니고, 닭 흉내도 내며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망가지는 선생님'이 되기 시작했다. 청소년들 눈높이에서 같이 웃고 뛰며, 자연스럽게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후로 나는 레크리에이션 시간마다 먼저 나서서 망가졌다. 스스럼없이 웃고, 춤추고, 장난을 치면서 누구나 내게 다가올 수 있는 ‘틈’을 넓혀갔다.
나는 늘 이렇게 말했다.
“수련관에 오는 청소년은 내게 ‘갑’입니다. 나는 ‘을’ 그 자체예요.”
청소년이 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해도 소용없다.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고 해도, 그들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 모두 헛수고다. 그래서 그들이 ‘오고 싶은 공간’,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청소년지도사의 역할은 단순히 책상 앞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청소년과의 관계 맺기, 라포 형성이다. 그들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수련관의 문턱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련관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그들의 가능성이 피어나기 위해선, 지도사들이 먼저 벽을 허물고 마음을 여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