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졌네!

좌충우돌 가족 여행....

아들 가족이 해외로 떠나기 전,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시간을 쪼개며 검색 삼매경에 빠졌다.


아들 가족만 해도 일곱 명. 막내딸 가족은 네 명. 두 가족 모두 타지에 살고 있어, 남편과 나, 큰딸 세 명이 육지로 나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다.


어디로 모일지 아들과 며느리, 막내딸과 상의한 끝에, 막내딸이 살고 있는 여수를 모임 장소로 결정했다. 총 14명의 대가족이 모이게 된 것이다. 아이들도 많아 키즈 펜션 세 채를 예약했다. 건물은 조금 오래됐지만, 바다로 지는 석양이 장관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가격까지 착하니, ‘이번 여행은 성공이야!’ 싶었다.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자연스럽게 분업이 시작됐다. 남편은 계란 장조림을 만들고, 나는 밥과 국을 끓였다. 막내딸은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성 가득한 저녁 밥상이 완성됐다. 아이들은 밤늦도록 들떠 떠들며 집안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6개월 된 아기는 엄마 품에 있었지만, 두 돌 된 아이부터 총 여섯 명의 손주들은 장난치고 뛰어다니며 신이 났다. 어느새 늦은 밤.


“할머니랑 잘 사람?”

“저요! 저요!”

손주 네 명이 내 방으로 몰려들었다. 잠자기 전엔 옛날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고, 등을 긁어달라거나 귀를 만져달라고도 한다. 오랜만에 만나도 이렇게 ‘할머니 껌딱지’가 되는 손주들이 사랑스럽고 고맙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니 자정이 훌쩍 넘었다. 늦은 시간 울린 카톡 소리도 무심히 넘겼다. 그게 다음날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다음 날 아침,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됐다. 아침 식사 준비, 체크아웃 정리, 식기 반납,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그런데 11시가 되어 렌터카를 타려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렌터카 회사에 전화해 보니, 반납 시간이 지나 자동으로 잠겼다고 했다.


당황해 카톡을 열어보니, 내가 시간을 잘못 입력했음을 그제야 알았다. 결국 연장 요금과 초과 비용을 쓸데없는 시간까지 낭비하게 됐다.


사실, 막내딸이 렌트를 맡겠다고 했을 때, “엄마가 할게!”라며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여수에 갈 때마다 딸이 소카를 능숙하게 다루는 게 보기 좋아 나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 격이 됐다.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며, ‘그래도 즐거운 추억이 중요하지’ 했는데, 다음 일정이 또 꼬였다. 미리 검색해 둔 맛집이 영업을 접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블로그 후기만 믿고 간 내가 실수였다.


괜히 남편에게 화풀이도 하게 됐다.

“렌터카도 좀 같이 알아봤으면 좋잖아…”

자녀들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근처 식당을 검색했다. 다행히 근처 뷔페로 이동했고,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아들 가족은 출국을 앞두고 있었고, 앞으로 5년은 얼굴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든 걸 직접 준비하고 싶었다. 손주들에게 작게나마 따뜻한 기억 하나라도 남겨주고 싶었다.


식당과 숙소를 고를 때도 자녀들에게 의견을 묻고 확인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잘하고 있겠지’ 하며 혼자 떠맡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모든 일이 끝난 뒤, 공항에 도착했을 때 큰딸이 물었다.

“엄마, 이번엔 왜 ChatGPT한테 안 물어봤어?”

“그러게… 왜 안 물어봤지? 블로그만 믿었나 봐.”

순간 궁금해졌다. 'ChatGPT는 영업 중인 맛집을 알 수 있을까?'란 의문이 생겼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맛집 알려줘!”

그랬더니, 근처 맛집 리스트가 쫙 펼쳐졌다.

물론 정말 맛집인지는 직접 가봐야 알 일이다. ChatGPT든 블로그든, 100% 믿을 수는 없다. 결국 정보란 건 참고용일 뿐. 상황은 늘 달라지니까.


이번 여행은 실수도, 아이들 웃음소리와 함께한 소중한 한 페이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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