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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깊이

내 곁을 지킨 미경이들

by 서다움


오늘 직장 동료가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 인맥을 쌓고, 매주 모임도 나가고 바쁘게 살아.

휴~ 이번 주 또 모임이 있어 여행 갈 계획이야.”

그 말을 듣고 나는 순간, 내 관계들을 떠올렸다.

요즘의 나는…


모임도, 연락도, 사람 만나는 일도 줄어들었다.

원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시절엔

나도 꽤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지만,

큰 경제적 위기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관계는 정리되었다.

그러나 문득 깨달았다.

나는 지금, 나답게 관계하고 있다는 것을.

화려하지 않아도,

많지 않아도,

내 삶을 단단히 붙들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정년 퇴임 후 맞이할

미래를 준비하며 꿈을 키우는 삶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망설이던 내게

“콘텐츠는 나이에서 나와요.

나이가 많을수록 엄청난 콘텐츠가 생깁니다.

응원합니다.”라고 말해주며 용기를 준

미경 선생님,

또 가끔 연락해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토닥여준

미경 언니,

그리고

경제적 위기가 올 때마다

민망하지 않게, 자존심 상하지 않게

조용히 내가 잘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어준

미경이.


언제 어디서든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잘했어요. 좋은 생각이에요.

잘하고 있어요. 당신이 옳았어요.”

라고 늘 내 자존감을 북돋아주던

미경 씨.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아도

내 삶에 조용히 다가와 준 사람들이었다.


제주 스누피가든



그들은

‘많은 말보다 곁’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보여주었다.


많지 않아도 충분하다.

나의 미경이들이

나를 지탱해 주고,

나다운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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