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이어도 좋아

feel special

by 아침이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공짜로 얻겠다는 건 아니다.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하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 정도는 주어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에게 그 원동력이 없으니까.


그건 어디서 얻는 거지?


그것만큼은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 같다. 목표를 세우고 습관을 만들어라.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목표를 두고 그냥 해라. 이런 것들은 많이들 말하지만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겠지.


애석하게도 지금의 나는 목적도, 목표도 없다. 특별히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분명 내 안에 불타던 원동력이 있었던 거 같은데 다 어디로 갔을까.


되고 싶은 건 모르겠고 안 하고 싶은 건 있다. 이것도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면 9to6로 회사를 다니기 싫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싶은 욕구를 꼽을 수 있겠다. 지금의 내가 무언가를 한다면 어떤 대단한 사명감이나 목적의식을 가져서가 아니다. 그냥 경제활동을 안 하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피나는 노력을 감내해야 할 만큼의 원동력이 되어주진 못하는 거 같다.


이런 거 말고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좀 더 나를 미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꿈을 찾는 어린애 같은 소리인가?


어쩌면 엊그제 영화를 보고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 재밌다고 소문난 브래드 피트 주연의 F1 더 무비를 보고 왔다. 거기에서 브래드 피트가 카레이서 역할을 맡았는데 F1 경기를 앞두고 자신을 걱정해 출전을 말리는 동료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러니까 나에게도 이렇게 모든 것을 다 걸고서라도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으면 하는 거다.








저번 상담에선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계속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성취가 없어 재미가 없어요.”


“브런치는 꾸준히 쓰고 있지 않나요?”


“별로 대단치 않아요. 이룬 게 없거든요”


“아침씨가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음… 다른 사람들처럼 브런치로 출간을 한다거나, 원고 의뢰를 받거나 그런 것들이요”



하지만 그 말을 뱉으며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 이룬다고 해도 스스로 대단한 성취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 같네요. 막상 되더라도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여길 거 같아요”


“아침씨는 지금의 내가 미운건 아닐까요?”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싫기 때문에, 그냥 다른 ‘무언가’(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 지금이랑은 다른 대단한 사람이 된다면, 나를 좀 더 사랑해 줄 수 있을까? 한 번도 대단한 것이 되어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예전에 한 올림픽 선수의 이런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동메달을 딴 선수에게 리포터가 동메달을 따서 아쉽지 않냐는 질문을 했다. 아마도 다음번 올림픽에 대한 포부라던지 아쉬움을 듣고자 한 질문이었겠지. 그런데 뜻 밖에도 그 선수는 감격에 젖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전 세계 선수 중에서 3등을 해서 너무 기쁘다고.


누군가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 분하고 원통해 할 수 있으나, 누군가는 동메달을 따고도 기뻐할 수 있다. 무엇을 가졌느냐가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고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마음 안에 만족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나를 대단하게 여겨줄 수 있는 건 아닐까?



주연이 있으면 조연이 있다. 주연과 조연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카메라가 조명하는 것, 집중하는 것, 계속 비추어 주는 것이 주연이다. 영화 속에서 엑스트라 역할만 맡는 사람을 카메라가 계속해서 비춰주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는 더 이상 엑스트라가 아닐 것이다. 카메라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엑스트라도 주연이 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집중하고 조명하느냐에 따라 내가 나를 특별하다고 여겨줄 수도 있는 거고, 내 마음의 카메라가 내가 아닌 1등 만을 비춘다면 비록 세계 대회에서 3등이나 했지만, 스스로를 실패자로 여길 수도 있는 거다.



상대적인 이 대단함과 특별함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해져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뒤져보았다.


대단하다 : 출중하게 뛰어나다.

출중하다 : 여러 사람 가운데서 특별히 두드러지다

특별하다 : 보통과 다르게 구별되다.


보통 :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그러니까 열등하거나 애매한 중간이 아닌 게 특별하고 대단하다는 건데, 이 네 가지는 전부 다 형용사다. 형용사는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품사다.


상태는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모습 때문에 좌절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면, 지금 손에 쥐어진 무엇이라도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무언가가 되지 못하고 보통의 삶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되더라도 의미 있는 것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진 않을까.


모호함과 불확실함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똑같은 생각을 계속한다면 계속 그렇게 사는 것이고,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다른 삶이 될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나는 사람들 안에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존재로 살다 죽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단 한 사람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고 소소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적으려고 만든 연재인데 또 이렇게 울적해지고 말았다. 오늘의 좋은 일을 하나 적어야겠다. 오늘은 배달의 민족에서 4천 원짜리 할인 쿠폰을 줘서 좋아하는 치킨을 싸게 시켜 먹은 아주 럭-키 한 날이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의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 안에서도 특별한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카메라가 무엇을 비추느냐에 달렸으니.








keyword
이전 02화아무것도 되지 못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