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들
문득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되는 것 같다고. 같은 맥락으로 남편은 나와 나이가 같아 남자치고는 어린 나이인 31살에 아빠가 되었는데 지인 결혼식에 갈 때마다 여기 중에 얘가(남편이) 제일 어른이야.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어른? 어른이 된다? 그 말 뜻을 요즘 들어 더 깊이 이해하는 중이다. "나이가 많아졌다." "아는 것이 많아졌다." "어른스럽게 행동한다" 보다는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고 이해심이 깊어지고 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에 가까운 것 같다.
10년 정도 아이를 키우며 신생아,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를 겪어보니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겠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다. 몇 가지 떠오르는 그 순간들을 기록해 본다.
신생아 시절 2시간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일. 타인에 의해 2시간마다 잠을 깨는 일은 고문이 아닐 수 없다. 잠을 적게 자도 괜찮은 사람으로 평생 살아온 나도 이렇게 힘든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떨까... (잠이 많은 지인 부부는 이 시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2시간마다 깨서 젖을 물리고 (분유를 주고) 트림을 시켜 다시 재우고를 새벽 내내 반복하다 보면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상태가 되는데 엄마가 되어서일까? 그걸 기꺼이 해내고 만다.
유아기 시절 말을 하지 못하던 시기 행동을 보고 모든 것을 유추해내야 한다. 왜 지금 저렇게 할까? 뭘 원하는 걸까? 갑자기 왜 울까? 하루 종일 머리에 퀘스천 마크가 둥둥 떠다니던 때. 30년 넘게 살면서 누군가를 궁금해하고 머리를 싸맬일이 있었던가. 하지만 역시 눈치와 반복 학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동기 시절 나와 다른 기질로 태어난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정반대의 행동을 보고 있을 때면 어리둥절. 이 시기를 겪으며 "세상에는 나와 다른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를 절감하고 이해도가 높아진다. 맞아 다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아니야. 어른이 될 때까지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가 기본값이었다면 저 사람은 나와 정말 다르구나.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해보지 못했던 것, 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하게 되는 순간들의 연속"인 것 같다. 요리를 할 줄 몰랐던 내가 야채를 잘게 썰 줄 알게 되었고 싫어하는 당근을 카레에 꼭 넣는 일. 그리고 타인의 일을 내 일처럼 느껴 즐겁고 기쁘고 슬프고 괴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나는 내가 매우 중요한,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된 후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말이 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기보다는 내 중심으로 삶을 살기는 하나 몰랐던 새로운 영역을 위해 나를 조금 내어준다는 느낌) 앞으로는 또 어떤 장면들을 맞이하고 경험하고 생각들이 바뀌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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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작가님의 말 중 특히 좋아하는 내용이 있는데 오래 보기 위해 여기 남겨본다.
아이와 자기 자신을 모두 잘 키운 선배 엄마들이 반드시 지켰던 태도
/ 육아는 결국 나를 키우는 일이다.
/ 아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아주 천천히 완성된다.
/ 아이는 책이 아니라 부모의 말과 삶에서 배운다.
/ 내게 없는 걸 아이에게 줄 순 없다.
/ 내가 더 커야 아이도 클 수 있다.
/ 육아를 하며 결코 나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 육아는 나를 희생하는 전투가 아니라 아이라는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이다.
/ 아이의 성장에는 골든 타임이 있으니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충분히 주자.
/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를 사랑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귀한 사랑을 아이에게 선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