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듣는 이야기. 나는 다시 태어나면 네 딸로 태어나고 싶어.
나는 다시 태어나면 네 딸로 태어나고 싶어
종종 친구들이 내게 하는 말이다. 가끔 만났을 때 아이들에게 서윗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그랬을까? 여하튼 그 질문을 할 때마다 내 대답은 이러하다. 아이고 어쩌냐. 나는 다시 태어나면 애 안 낳을 건데... 님 다음 생에 못 태어날 듯... 그러면 다 같이 하하하 웃으며 대화가 끝이 난다. 이 말이 지금 딸들을 키우기 힘들다거나 싫다는 뜻은 아니다. (조금 힘든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번엔 엄마로서의 삶을 한번 살아봤으니 다음 생에는 엄마가 아닌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뜻. (만약에 그다음 생도 있다면 두 삶 중에 더 좋았던 상황을 고를 수 있을 텐데... 까지 생각해 보는 나.)
지난 글에도 썼지만 살면서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절대 해볼 수 없는 경험들을 (반 강제적 경험들) 12년째 하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구나, 화가 날 수 있구나,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10년 넘게 있었달까....?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 이기도 하다. (그런데 또 반대로 생각해 보면 만약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이랑도 또 아주 다른 경험을 했을지도...)
자연분만으로 첫째를 낳고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나. 제왕절개로 첫째를 낳아 병원에 있던 동생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 기억난다. 자연분만이 뭐가 무서운 줄 알아? 언제 애가 나올지 모른다는 거야... 차라리 제왕절개로 날짜를 딱 정해서 낳으면 좋을 것 같은데... 했더니 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그게 무서운 게 나은 것 같아. 제왕절개는 애를 바로 안아볼 수도 없고 (마취 중) 회복이 너무 오래 걸려서 힘들었거든. 할 수 있으면 자연분만이 나을 듯. 옆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제부는 서로가 하지 못한 경험을 부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렇다. 그 말이 딱 맞네. 서로 경험한 것의 힘든 부분만 기억을 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환상을 갖고 있었구나.
가끔 친정 엄마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딩크족 이야기에 이렇게 말하곤 하신다. 아니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애를 안 낳아! 애는 무조건 낳아야지. 나중에 애 없으면 후회해~ 그리고 그 주장에 늘 반박하는 나. 아니 그건 그 사람 선택인데 뭘~ 그리고 애가 있는 사람은 뭐 다 후회 안 하고 살아? 엄마는 애가 없어보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말을 해~ (이후 똑같은 패턴으로 이야기가 더 오가지만 글에는 생략) 내가 아이 없는 사람의 30~40대 삶을 모르듯이 아이 없는 사람은 내 삶을 모를 것이다. 또한 아이가 있다한들 나와는 분명 다른 삶을 살 텐데... 내 경험이 정답이고 경험하지 않은 것은 틀린 것이란 생각은 위험한 것 같다. 아이가 있든 없든 주어진 상황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계속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엄마로서의 삶이 중요한 만큼 내 삶도 중요하니까. (물론 그게 다 내 삶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도 엄마 나이쯤 되면 아이는 무조건 낳아야지! 아이 없이는 못 살아! 하게 될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너희도 꼭 아이는 낳아. 라고 하게 될까!?(물론 지금으로선 그렇진 않을 것 같지만...) 그리고 엄마는 그만큼 엄마로 살아온 시간이 좋았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였을까? 음... 궁금하다. 내일 아침 전화로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