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이가 다섯 살 때 일이다.
우리는 그때 연탄 때는 한옥집에 살았다.
부엌 옆, 켠에 붙은 방이 하나 있었는데
낮에도 어두컴컴하고,
밤이면 그야말로 귀신 나올 것 같은 방이었다.
사실 그냥 광이었다. 연탄광.
그 방에,
아빠가 서준이를 보냈다.
“혼자 갔다 온나. 남자가 엄마랑 누나야를 지켜줘야지.”
“안 갔다 오면 안 돼! 이놈!”
서준이는 다섯 살이었다.
볼살에 물기 가득한 토끼였고,
소리만 들어도 울 것 같은 눈을 가진 애기였다.
근데 그런 애를,
그 방에 그것도 깜깜한 밤에 혼자 들여보냈다.
아빠는 그걸 ‘훈련’이라 불렀고,
나는 그걸 ‘아빠가 누나로서의 설움을 대신해 주는 복수’라 기억한다.
서준이는 무서워서 안 간다고 울었고,
안 간다고 버티면
아빠는 뒤에서 “검은 몽디 가꼬 오까?” 했다.
결국 서준이는 울면서도 그 방에 갔다.
한 손엔 아빠의 눈치,
한 손엔 물 묻은 바지 끝단을 잡고.
그때 나는 뭘 하고 있었냐고?
나는 청마루에 앉아서
“앗싸! 오늘은 서준이다.”
이런 마음으로 관전 중이었다.
왜냐면?
나는 한 번도 그 방에 안 들어갔거든.
왜냐고?
나는 ‘딸’이었으니까.
‘딸은 공주처럼 안아주고,
아들은 강하게 키운다’는
그 아빠의 철학이 있었다.
지금 서준이한테 그 얘기 꺼내면 이렇게 말한다.
“왜 아빠는 누나야는 안 시키고 내만 시켰노?”
그러면 나는 바로 받아친다.
”왜 엄마는 서준이만 안아주고, 나는 안 안아줬노?”
우리 둘 다 억울하단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사랑을 받았다는 건 안다.
근데 꼭 이렇게,
조금씩 덜 받은 기분이 더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