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똥통 만 원과 스모프 양념통닭

by 하린

7살 때의 일이었다.

그때 우리 집은 아직 한옥집이었고,

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똥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완전 옛날 시골 화장실.


그땐 요강에도 싸고 그랬지만,

이제는 나도 제법 컸다고 생각해서

화장실에 가서 해결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발밑 똥 위에, 세상에.

만 원짜리 한 장이 둥실 떠 있는 거다.


“할매!!!”

내가 소리쳤다.

“할매, 여기 봐봐! 똥통에 돈 있다!!”


할머니가 황급히 달려왔다.

집게였나, 긴 막대였나.

아무튼 뭔가로 그 돈을 꺼냈다.

진짜 만 원이었다.


할머니는 수도가에서 그 돈을 씻고,

빨랫줄에 널었다.

그리고 씩 웃으며 말했다.

“와~ 우리 다은이 덕에 꽁돈 생기뿟네~!”


그 말을 들은 엄마가 웃으며 한마디 했다.

“어무이, 이 돈 혹시 아버님이 아침에 흘리신 거 아입니꺼?”

“아이고, 그럴 끼다. 근데 우리가 주웠으니 우리 거 아이가.”

“하하, 맞네예~”

“이 돈으로 오늘 저녁에 알라들 통닭이나 한 마리 시키주자.”

“예예~”

엄마도 결국 웃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퇴근하실 시간이 가까워오자

우리는 통닭 먹을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고,

할머니는 동네 통닭집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 서준이 집인데예, 양념통닭 한 마리 보내주이소.”

그땐 이름 한 마디면 주소가 되던 시절이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스모프양념통닭.

이름부터 귀엽던 그 통닭집에서

통닭이 도착했다.

할머니는 빨랫줄에 말려놓은 그 ‘똥통 만 원’을 내밀었다.


그때 양념통닭 한 마리가 9,000원이었으니까,

천 원은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천 원으로는 콜라를 샀을까.


그리고 곧 도착한 할아버지에게 외쳤다.

“할배, 통닭 잡수세요!”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오늘 화장실에서 돈 잃어버리셨지예?”

“어이구, 맞다 맞다! 어쩐지 만 원이 한 장 없드라.”

할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며

“잘했다, 잘했다. 얼른 묵자.”

하시고는 내 손에 닭다리 하나,

서준이 손에 닭다리 하나 쥐어주셨다.


그때 그 통닭집 이름이

스모프양념통닭이었는데,

지금은 그 브랜드는 찾아보기도 힘들고,

그 자리에 있던 가게도 언젠가 사라져버렸다.


나는 정육점에 들어설 때마다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예전엔 거기가 슈퍼였다.

할아버지가 나랑 서준이 손잡고

과자 사주시던 그 자리.


그리고 그 옆,

지금은 정육식당이 된 곳은

예전 스모프양념통닭이 있던 자리다.

정육점 사장님이 벽을 터서,

지금은 식당까지 함께 운영하신다.


그날, 똥통에서 건져낸 만 원으로

통닭을 시켜 먹던 기억.


그러니까,

정육점도, 식당도—

나는 자꾸 그 두 공간을 흘깃흘깃 쳐다보게 된다.

자꾸 떠오른다.


똥 위에 떠 있던 만 원짜리,

그날의 통닭 냄새,

그리고 우리를 웃게 해 주던

“잘했다, 잘했다” 하며 웃던

우리 집의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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