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누구는 공주, 누구는 군인

by 하린

서준이가 다섯 살 때 일이다.

우리는 그때 연탄 때는 한옥집에 살았다.

부엌 옆, 켠에 붙은 방이 하나 있었는데

낮에도 어두컴컴하고,

밤이면 그야말로 귀신 나올 것 같은 방이었다.

사실 그냥 광이었다. 연탄광.


그 방에,

아빠가 서준이를 보냈다.


“혼자 갔다 온나. 남자가 엄마랑 누나야를 지켜줘야지.”

“안 갔다 오면 안 돼! 이놈!”


서준이는 다섯 살이었다.

볼살에 물기 가득한 토끼였고,

소리만 들어도 울 것 같은 눈을 가진 애기였다.


근데 그런 애를,

그 방에 그것도 깜깜한 밤에 혼자 들여보냈다.

아빠는 그걸 ‘훈련’이라 불렀고,

나는 그걸 ‘아빠가 누나로서의 설움을 대신해 주는 복수’라 기억한다.


서준이는 무서워서 안 간다고 울었고,

안 간다고 버티면

아빠는 뒤에서 “검은 몽디 가꼬 오까?” 했다.

결국 서준이는 울면서도 그 방에 갔다.

한 손엔 아빠의 눈치,

한 손엔 물 묻은 바지 끝단을 잡고.


그때 나는 뭘 하고 있었냐고?


나는 청마루에 앉아서

“앗싸! 오늘은 서준이다.”

이런 마음으로 관전 중이었다.

왜냐면?

나는 한 번도 그 방에 안 들어갔거든.


왜냐고?

나는 ‘딸’이었으니까.

‘딸은 공주처럼 안아주고,

아들은 강하게 키운다’는

그 아빠의 철학이 있었다.



지금 서준이한테 그 얘기 꺼내면 이렇게 말한다.


“왜 아빠는 누나야는 안 시키고 내만 시켰노?”


그러면 나는 바로 받아친다.


”왜 엄마는 서준이만 안아주고, 나는 안 안아줬노?”


우리 둘 다 억울하단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사랑을 받았다는 건 안다.

근데 꼭 이렇게,


조금씩 덜 받은 기분이 더 오래 남는다.

keyword
이전 09화8. 똥통 만 원과 스모프 양념통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