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나는 고모 딸이 아닙니다!

by 하린

어릴 때 우리 집은 한옥이었다.

낡은 대문을 열면 마당이 있었고, 부엌은 낮았고, 방바닥은 늘 싸늘했다.

그에 비해 고모 집은 참 근사했다.

수성구 양옥집.

거긴 진짜 ‘도시’ 같았다.


식탁이 있었고, 고모 방엔 침대도 있었고,

언니야 방, 오빠야 방 따로 있는 것도 부러웠다.

고모 집에 가면, 난 꼭 도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민지 언니는 나보다 다섯 살 많았는데

그 나이 차이가 어릴 땐 참 크게 느껴졌다.

언니는 서태지를 좋아했다.

책상 위엔 테이프가 몇 개 놓여 있었고,

책장엔 뭔가 비밀스러운 것들이 가득했다.

국민학생이었지만 왠지 어른 같았다.

얌전하고 똑 부러진 언니였다.

나만 오면 그렇게 잘해줬다.

그래서 난 언니가 좋았다.


지훈이 오빠는… 뭐, 그냥 그랬다.

공부를 그렇게 잘 한다고 가족들에게 소문이 나 있었고

음… 그래서 좀 재수없는 스타일?

성별이 달라서 오빠를 그렇게 따르진 않았던것 같다.

아주 잘해주진 않았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아빠 가게를 들렀다가 고모 집에 자고 오는 게 좋았다.

어린 동생에게 이것저것 나눠 주는 언니가 너무 좋았고,

아빠가 “자, 이제 가자” 하면 속상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날 자꾸 고모 딸로 착각했다.

고모 둘째 딸쯤 되는 줄 알았던 거지.


그럴 만도 했다.

내가 우리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

아빠랑 고모는 남매니까 나도 고모를 닮았던 거다.

진짜 많이.


그래서 고모 집에만 가면 자꾸

“아이고~ 이 집에 어린 딸이 있었어?” 이랬다.

그러면 나는 입이 튀어나왔다.


“아니에요! 우리 엄마 아니에요!

우리 고모예요!

나는 고모 안 닮았어요!

우리 엄마는 진짜 예뻐요!

고모는 못생겼단 말이에요!”


이러고 버럭했었다. 하하.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웃긴다.

지금 그때 사진 보면,

응. 진짜, 고모랑 판박이다.

다들 오해할 만했지.

근데 난 그때 진심이었다.


나는 고모 딸이 아니라, 엄마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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