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엄마, 개털, 그리고 사랑

by 하린

우리 집은 발바리를 키웠다.

늘 대문 앞에 묶어두고 기르던 개였다.

집은 골목 끝에 있었고,

그 끝엔 우리 식구들만 드나들었다.


그런데도 발바리는

아빠가 퇴근해도 짖었고,

엄마가 시장에서 돌아와도 짖었고,

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도,

삼촌이 담배 피우다 들어와도 짖었다.

늘 짖었다.


어쩌면,

우리 식구들을 매일 새롭게 반기느라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얘가 무섭지 않았다.

달려들고 짖어도,

“우리 집 개”라는 이유 하나로 괜찮았다.

나는 한 번도 발바리를 무서워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동생 서준이가 엄마랑 병원에 다녀오며

슈퍼 앞 자판기에서 코코아를 하나 뽑았다.

작은 손으로 따끈한 종이컵을 들고

조심조심 걸어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바리가 달려들어 서준이를 덮쳤다.


코코아는 한 모금도 못 마신 채 바닥에 다 쏟아졌고,

서준이는 엉엉 울었다.

엄마가 나와 “울지 마라, 다시 뽑아줄게” 하며

자판기로 달려갔다.


그리고 며칠 뒤,

이번엔 내가 물렸다.

유치원을 다녀온 날이었던 것 같다.

내가 자꾸 앞에서 장난을 쳤는지,

아니면 반가운 마음에 그런 건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날,

발바리가 내 팔을, 정확히는 손등을 물었다.

피가 났고, 아팠다.

어린 나이에 개한테 물린다는 건 꽤 무서운 일이었고,

피까지 나니 더 놀라서 울었다.


그때 엄마와 할머니가 나왔다.

엄마는 내가 다친 걸 보자마자

말 한마디 없이 짧은 나무 빗자루를 들었다.


그리고는

진짜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채

발바리를 미친 듯이 때렸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냥 조용히,

감정이 사라진 얼굴로

개를 두들겨 팼다.


발바리는 낑낑거리며 뒷걸음질 쳤고,

나는 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기분이 이상했다.

슬픈 것도, 무서운 것도, 시원한 것도 아닌

그냥…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 후, 엄마는 개털을 잘라왔다.

그걸 태웠다.

불에 그슬린 털을 내 상처에 문지르며 말했다.


“이카면 괜찮다. 낫는다.”


나중에 알게 됐다.

그건 할머니가 시킨 일이었다.

“양밥”이라 불리는 민간요법,

개한테 물리면 그 개의 털을 태워 상처에 바르면

낫는다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미신이었다.


엄마는 젊었고,

할머니는 이미 힘이 많이 빠진 나이였다.

그래서 발바리를 때리는 것도,

털을 잘라 태우고 상처에 문지르는 것도

엄마가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엄마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감정 없이,

말없이,

자식을 다치게 한 것에

반사적으로 반응했던 그 얼굴.


그게 엄마의 사랑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의 본능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혼이 났던 발바리는

다음 날이면 또 나에게 달려들었다.

여전히 짖고, 여전히 반겼다.

겁을 내지도 않았고,

엄마를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웃긴 건,

나도 그 개에게 물렸으면서도

발바리를 여전히 무서워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저 “우리 집 개니까”

그 이유 하나로 괜찮았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꽤 또렷하게 남아 있다.


엄마가 나를 지키려 했던 무표정한 보호본능,

친구 같던 발바리가 말없이 맞던 순간의 묘한 애잔함,

그리고 손녀가 걱정돼

‘양밥’이라며 민간요법을 알려준 할머니까지.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건

그 시절,

우리가 가진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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