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남의 아이들이었다.
아빠보다 누나인 고모가 먼저 아이를 낳긴 했지만,
할아버지에게 ‘같이 사는 친손주’라는 건
조금 더 특별한 의미였던 것 같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들을 참 예뻐하시는 분들이었다.
외사촌 유건이 오빠가 한 번씩 집에 놀러 오면,
두 분 모두 버선발로 뛰어나와
“아이고, 우리 유건이 왔나~” 하며 반기셨다.
그런 사랑을
우리는 매일같이 받으며 자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복된 일이었다.
우리는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늘 협상을 걸었다.
“밥 한 그릇 다 먹으면, 과자 한 봉지 사줄게.”
낮에는 그렇게 엄마가 과자를 사줬고,
저녁이면 또 다른 봉지를 기다렸다.
할아버지의 퇴근 시간.
그 시간이 다가오면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이제 느그 할배 올 때 다됐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리는 집 앞 사거리로 달려 나갔다.
거기엔 작은 슈퍼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늘 그 슈퍼를 지나 집에 오셨다.
우리가 슈퍼 앞에 서 있는 걸 보시면,
할아버지는 말없이 웃으시고
우리 손을 하나씩 잡고 슈퍼로 들어가셨다.
“자~ 골라라.”
나는 슬쩍 눈치를 보며 물었다.
“할배, 오늘은 비싼 거 먹어도 되나…?”
그러면 할아버지는
조용히 싱긋 웃으시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비싼,
더블 비얀코 아이스크림을 고를 수 있었다.
할아버지 왼손엔 내 손,
오른손엔 서준이 손.
손엔 과자 하나씩 들고
우리는 그렇게
매일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게,
우리 가족만의
조용한 저녁 축제였다.
지금 그 슈퍼는 정육점이 되었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가끔 그 정육점에 고기를 사러 간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문득,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과자 한 봉지를 들고 깔깔거리던 우리.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지갑을 꺼내시던 할아버지의 손.
그날의 공기.
그날의 웃음.
아직도 내 마음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