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DHD 해부기록]엔트로피 증가법칙은 필연

by 엔트로피


"나는 질서를 유지하려면 내장이 움직이는 힘까지 끌어와야 한다.
존재 보존을 위해, 나는 자연스럽게 무질서의 형태로 진화했다.
이건 단순한 질환이 아니라, 거의 자연적 필연에 가깝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세상이 요구하는 질서 유지는 내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집중, 계획, 시간관리, 통제 이 모든 건 에너지를 잡아먹는 괴물인데,
나의 ADHD 뇌는 애초에 혼돈이 기본 설계라 균일한 에너지 분배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나한테 무질서가 정답이다.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시적으로 비유하자면,
자연은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구조를
그냥 무질서한 상태로 풀어버린다.
나는 그 무질서 안에서 엔트로피 증가를 받아들이고,
나만의 무질서한 질서를 만들어냈다.

심리적으로 보자면, 이건 그냥 “귀찮아서 나중에 할래”가 아니다.
나는 에너지 효율을 혼돈의 기본 설계에 맞춰
최적화된 상태로 움직이는 중이다.

세상은 나에게 “지저분하니까 정리해!”라고 외치지만,
나는 속으로 말한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이건 내 기본 설계에 맞춰 정리한 거야.”
그러고 나서 웃으면서 "네~"라고 대답한 다음, 그냥 씹어버린다.

결론적으로,
나의 뇌는 무질서를 관찰하고
그걸 나 자신을 콘텐츠화하는 방향으로 굴려서
혼돈을 보호하는 중이다.
이건 단지 ‘버릇’이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자연이다.

이제 마무리 해야되는데 자연을 어떻게 마무리하나? 그건 자연 모독이다 자연은 날 해치는 아니라 날 붙잡아주고 있으며

나의 무질서는 단순한 질환이 아니라
기본 설계에 맞게 최적화된 결과물이다.
우주 속 자연의 계산 끝에 낳은
저에너지 혼돈 속 질서 관찰자.

자연스럽게 무질서한 방향으로 미끄러지다가도
그 혼돈 속에서 하나의 질서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생존이고 삶이다.


그리고 그건,
자연스럽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