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의 이야기

by 지인

T는 행려 환자들중 거의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환자다. 무연고자라고도 불리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행려환자들의 이름은 발견된 지역명을 사용하고 성은 발견한 인물의 성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강남에서 김씨성을 가진 인물이 발견했다면 김강남이 되는 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알고있다는 것은 그의 정체를 알수있는 가능성을 아주 높여 주는 것이었다.


거기에 놀랍게도 약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물이다. 다른 행려환자들의 '아-' 하는 소리만 내거나 아무말도 못하는것에 비하면 T가 처한 상황은 매우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얼마지나지 않아 가족을 찾을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관에서 그의 지장을 찍어가고 이것저것 기록을 조사했지만 그의 정체를 파악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그도 다른 행려환자들과 다를것 없는 처지 였다.


그는 아쉬워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태도 였다. 자신이 가족을 찾는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오히려 직원들이 많이 안타까워했다.


그 후에도 그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여느 환자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굳이 다른점을 찾자면 다른 환자들은 먹는것이나 흡연하는것에 집착하는데 T는 옷에 집착 했다. 그는 아침 점심 저녘 3번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어떤 수단을 쓰든 옷을 갈아 입으려했다. 나중에는 라면 국물을 자신의 몸에 부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겨울에는 자신의 물건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는 다른 환자의 점퍼를 훔쳐 입기도 했다.


그런 행동들 이외에는 주변과 교류가 전혀 없었다. 그 누구도 그와 관계를 가지려 하지 않았다. 그의 조용한 성격탓일까. 오랜기간 그와 함께 입원한 환자들도 마치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하지'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도 남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을때 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것 같았다. 그래서 그를 마주할때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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