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노래
왕자는 밤마다 바다를 서성였어.
파도소리가 귀에 스민다며, 그건 늘 같은 노래라고 했지.
하지만 그건 파도가 아니었어.
인어공주는 한 번도 침묵한 적이 없었으니까.
인어공주는 밤마다 물 위로 올라와, 자신이 살린 왕자를 향해 울부짖었어.
그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맑았지만, 인간의 귀로는 그 주파수를 잡아내지 못했어.
왕자는 평생 몰랐어.
자신을 구한 이가, 곁에서 얼마나 크게 울고 있었는지.
하지만 왕비는 알고 있었어.
달빛 아래서 올려다보는 눈빛이, 사랑의 증거라는 걸.
그녀는 고개를 돌려 왕자에게 속삭였지.
“저건 당신의 마음을 홀리는 바닷 속 마녀일 거예요.”
결코 왕비는 왕자를 겁주려는 행동은 아니었어.
왕자를 떠보려는 말이면서, 동시에 사냥의 명분이기도 했어.
이제 그 아이는 단순한 바다의 공주가 아니었어.
왕의 마음을 쥐고 있던 존재, 제거해야 할 위협이 되어버린 거지.
그날 이후 바다는 사냥터가 됐어.
병사들이 매일 밤 그물을 던졌고,
인어의 노래는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로만 들렸어.
그러다 결국 인어는 잡혔어.
수많은 횃불들 속에서 비늘은 번쩍였고,
왕자는 고개를 돌렸어.
왕비는 인어를 가뒀지.
그리고 웃으며 외교 사절에게 내놓았어.
“바다의 요정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교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환호했어.
인어는 그렇게 짐짝처럼 실려 나갔어.
하지만 귀한 바다의 공주가 곱게 다른 사람들 손에 넘겨지는 것을 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어.
그녀가 외교 사절에게 인도되어 가는 도중,
도적떼가 나타났고, 인어는 다시 팔려나갔어.
왕궁도, 사랑도 아닌,
낯선 도시의 장터에서 서커스단의 수족관 속으로.
사람들은 웃으며 동전을 던졌어.
그녀가 내는 목소리는 역시 아무도 듣지 못했지.
거품이 이는 물소리라며 장단 삼아 발을 굴렀을 뿐이었지.
그때 인어는 알았어.
차라리 거품으로 사라졌다면, 덜 잔인했을 거라는 걸.
하지만 세상은 다르게 기억했어.
왕비가 소문을 퍼뜨렸거든.
인어공주는 사랑 앞에서 바보처럼 굴다, 끝내 바다 위에서 거품이 되어 사라졌다고.
사람들은 모두 그 이야기를 믿었어.
그래서 무대 위 수족관 속, 끝내 사라지지 못한 인어를 아무도 보지 못했어.
사랑은 그녀를 구하지 못했고, 희생은 바다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인간의 사슬을 불러왔을 뿐이었어.
네가 왕비였다면,
넌 어떻게 했을까?
나와 일생을 함께 할 나의 왕자를,
그녀에게 양보했을까?
이제 너의 계획을 들려줘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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