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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놀부, 제비가 물어온 건 복이었을까?

착한 게 전부는 아니야.

by 해이


사람들은 흥부를 착하다고 말하지.

놀부를 욕하고, 흥부를 칭송해.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흥부는 착했어.
그건 맞는 말이야.
하지만 착함이 꼭 옳음은 아니었지.


그들은 형제였어.
같은 피를 나눴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어.

놀부는 잔인할 만큼 현실적이었고,
흥부는 어리석을 만큼 순했고, 순진했어.

그 차이는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종이가 두 사람의 삶을 갈랐지.


놀부는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는 단지 가난이 싫었을 뿐이야.
어릴 적부터 배고픔을 혐오했거든.
그래서 재산을 쌓았고, 사람들을 부려먹었어.
비열했지만, 최소한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었지.


반면 흥부는 달랐어.
세상이 던져준 고난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늘 웃었어.
웃음으로 자신을 위로했지.

하지만 웃음은 밥이 아니야.
웃는다고 자식의 배가 부르진 않거든.


흥부의 집엔 늘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아내는 삯바느질로 손가락을 찔려가며 살았고,
흥부는 마을의 품삯 일을 하며 겨우 하루하루를 버텼지.

그는 스스로 말했어.

"내가 못나서 이런 거야."

그 말은 겸손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책임을 내려놓는 주문이었어.


어느 날, 놀부가 말했어.
"네 식구들을 책임질 의무는 내게 없다."
그리고 그를 내쫓았지.


사람들은 놀부를 비난했어.
피도 눈물도 없는 형이라며.
하지만 흥부는 반항 한 번 하지 않았어.
아이들을 이끌고,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섰지.
그건 착한 게 아니라 무기력한 거야.


가난 속에서도 아이들은 계속 태어났고,
밥은 줄어들었고, 웃음은 사라졌어.


그러다 어느 날, 다리가 부러진 제비 한 마리를 만났지.
그건 세상이 흥부에게 던진 마지막 동정이었어.


그는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었고,
그 대가로 복을 받았다지?
박 속에서 쏟아진 보물들,

금은보화, 옷, 곡식, 웃음들까지도.


그걸 본 사람들은 말했어.

"선한 자는 복을 받는다."


하지만 그건 복이 아니었어.

그건 단지 보상이었을 뿐이지.


세상이 너무 잔인해서,
착한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어서 던져준 가짜 위로였어.


흥부는 갑자기 부자가 되었어.
하지만 부를 쥔 손은 떨렸고, 그의 눈빛엔 두려움이 깃들었어.

그는 깨닫기 시작했어.

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가족을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말이야.


아이들은 싸웠고, 아내는 변해갔어.
웃음은 돌아왔지만, 그 웃음은 가난할 때보다 훨씬 더 공허했지.



그리고 놀부는 결국 제비를 따라 했고, 벌을 받았대.

그게 동화의 결말이야.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거기서부터였어.

놀부의 집이 불타던 날, 흥부는 담장 너머로 그 불길을 봤어.
그는 눈을 감지 않았어.
그저 서 있었을 뿐.


그날 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다음날 제비집 아래를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지.


"다리가 부러진 건 제비가 아니라, 나였는지도 몰라."


그 후로 제비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하지만 아무도 모르지.
그가 마지막으로 제비를 잘 보내주었는지, 아니면 없애버렸는지.


다만 사람들은 지금도 이야기해.

"흥부는 착했고, 놀부는 악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아.
착함이 복을 부른 게 아니라,
세상이 그 착함을 불쌍히 여겼을 뿐이야.


그게 세상의 방식이야.
동정으로 던져주는 한 줌의 박씨.


그리고 그걸 복이라 부르는 것, 그게 더 슬픈 일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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