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책을 읽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가장 먼저 꺼내는 이야기는 “시간이 없다”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또 전혀 맞지 않다.
하루 24시간을 다 쪼개 써야만 겨우 살아지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한 번쯤 생각해 보자.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5분, 카페에서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5분, 놀이터에서 잠깐 쉬는 5분, 아이스크림 하나 다 먹는 데 걸리는 5분, 어린이집 차량이 오기를 기다리는 5분. 이런 시간들이 하루에 몇 번쯤 있을까?
나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그 짧은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소한 습관이 모이면 큰 힘을 만든다.
나는 항상 아이 가방에 책을 챙겨 넣었다. 외출할 땐 한 권쯤은 손에 들고나갔다.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마다 책을 펼쳤다. 어린이집 차량을 기다리며 ‘프레드릭’을 읽었다. 차 안에서 아빠를 기다리며 ‘팍스 선장’을 들려주었다. 카페에서 ‘엘리스’를 만났다. 그렇게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과 친구가 되었다.
하루는 고깃집에 갔을 때다. 테이블에 앉아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꺼냈다. 한 장, 두 장 똥 이야기에 폭소가 터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 두더지 머리에 떨어진 똥 덩어리의 주인을 찾는 이야기인데, 아이는 박장대소를 하며 들었다. 그날 저녁 몇 번이나 그 동화를 반복해서 읽어주었다. 책은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있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스스로 읽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글을 깨치고 이야기를 스스로 이해하게 된 뒤부터는 아이가 먼저 책을 찾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오면, 습관처럼 책을 꺼내 읽었다.
요즘 식당에 가보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에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부모를 자주 본다. 아이가 조용히 있으니 부모 입장에서는 편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을 꺼내 함께 읽는 것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단 몇 분의 자투리 시간이라도 무엇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감성과 사고력은 다르게 자란다.
습관은 작고 사소한 선택에서 시작되지만, 그 습관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나는 생각해 봤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 책을 읽는다면,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아이들 책은 짧다. 하루에 두세 권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하루에 두 권만 잡아도 1년이면 700권이다. 세 권이면 1000권이 넘는다. 깜짝 놀랄 숫자다. 자투리 시간의 기적이자 복리 이자 같다.
얇은 그림책이든, 짧은 동화든, 계속 읽다 보면 속도가 붙는다. 습관의 힘이 그렇다. 처음엔 작게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사람을 이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상태. 고전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불석권(手不釋卷)’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즐거움은 사실 길어야 몇 년이다. 아이가 독서 독립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엄마의 목소리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부모가 있다면, 이렇게 제안해보고 싶다. 하루 한 권을 목표로 자투리 시간에만 책을 읽어줘 보자고. 따로 시간을 내서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식당에서 고기가 익기를 멍하니 기다리기보다, 그 시간에 책 한 권을 읽어주면 어떨까?
부모의 관심 어린 5분의 노력, 그렇게 생긴 5분들이 모이고 쌓이면, 아이 인생에서 가장 든든한 습관 하나가 만들어진다. 책을 가까이하는 삶, 그건 그리 멀고 어려운 데 있지 않다. 어쩌면 오늘 점심 식탁에서, 또는 내일 아침 카페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