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나도 꺼내볼래
오피스텔 복도.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빛나는 하얀 털.
실크처럼 부드럽고 가지런한 모습.
낯설지만 어딘가 품위 있는 고양이였다.
이웃 고양이려니 했지만,
녀석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복도 한가운데를 당당히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나는 잠깐 발을 멈췄다.
고양이는 미동도 없었다.
가벼운 호기심을 담은 눈빛만 또렷하게 머물렀다.
운동화 끈이 느슨했는지,
왼발이 살짝 벗겨지며 헛디뎠다.
그 순간.
고양이가 눈을 천천히 깜빡이더니,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마치 "괜찮아요?" 하고 묻는 것 같았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양이 곁을 지나쳤다.
복도 끝,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데
문득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던 고양이.
고양이는 내 하루의 일부가 되어준 것 같다.
고양이도 인사하네요. 이런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