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 번째 문장은 시작되었다.
아침에 함께 끓여 먹었던 라면의 온기는 이미 식어 있었지만, 그때 나눴던 웃음과 대화들은 낮 동안 방 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햇빛은 정리된 박스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고, 그 따뜻한 결은 새 공간에 어울리지 않게 편안했다. 이사라는 일이 보통은 고단함으로만 남기 마련이지만,
오늘의 고단함은 묘하게 ‘시작’이라는 단어를 중심에 두고 맴돌았다.
민규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등장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보고는 소리 내어 웃었다.
“형, 이거 뭐예요? 완전 90년대 영화 감성인데요?”
재하는 머쓱하게 웃었지만, 그 사진만큼은 버리지 못했다.
그의 시간, 그의 버팀, 그의 과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성우는 엉켜 있던 전선을 하나하나 풀어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형, 전선도 새 출발해야죠. 이렇게 엉켜 있으면 새 삶이 꼬인다니까?”
말은 장난이었지만, 그 말이 오늘따라 왠지 귀에 오래 남았다.
과거의 꼬임을 풀어내는 일, 그 또한 움직임의 일부라는 듯.
그렇게 오전 내내 셋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박스를 뜯고, 버릴 것을 고르고, 필요한 자리를 찾아 넣는 일은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마음의 구조를 정리하는 일과도 닮아 있었다.
점심은 배달 온 김밥으로 간단히 때워 버렸지만, 음식이 아닌 말들이 방 안을 더 풍성하게 채웠다.
“형, 여기 확실히 좋아요.” 민규가 창문을 열며 말했다. "낯선데… 이상하게 편안해요. 공간이 사람을 받아준다는 게 이런 건가 봐요.”
성우가 흐흐 웃으며 거들었다.
“형이 움직일 준비가 된 거지. 마음이 움직이면 공간도 따라와요. 이거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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