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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아재 Feb 25. 2024

낡고 거창한 일상

평범한 소시민 이야기 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잡은 필름카메라, 결과물에는 당최 알 수 없는 이야기만 가득했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내 사람인 걸 알았죠
내 앞에 다가와 고개 숙이며 비친 얼굴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아요
설레고 있죠

<심현보(가수: 유리상자), 사랑해도 될까요?, 2001.> 

저 사람이구나! 수많은 사람 중 그 사람을 단번에 알아본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느낌이 온다. 그 사람도 나의 존재를 의식한 듯하다. 내 앞에 다가와 고개 숙여 인사한다.

  “당근이시죠?”

  설레는 순간이다. 퇴짜를 맞으면 어떡하지? 제안을 마음에 들어 할까?

  상대방이 환하게 웃는다.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함께 활짝 웃는다.

  “우리 아이 주려고요.”

  “한동안 운동을 못 했는데 다시 시작하려고요.”

  “이제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보려고요.”

  이야기가 담긴 물건이 또 다른 이야기를 담기 위해 길을 떠난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대한민국 전역을 떠돌아다니고 있을 이야기. 새 생명을 얻는 물건의 여정과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응원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모퉁이에 장난감 자동차가 서 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있던 물건이다. 이 친구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쓸모없어진 걸까? 그래서 버려진 걸까?

  삶에 담긴 이야기에 대하여 자문해 본다. 시간이 흘러 낡고 바랜 내가 가진 이야기의 가치는 어떠할까? 누군가의 시작에 힘이 될 만큼 유용성이 있을까? 버려진 장난감 자동차처럼 쓸모없지는 않을까?

  아파트 입구. 또 다른 중고거래가 한창이다. 새 여정의 시작. 옳거니. 삶의 이야기도 주기적인 재시작이 필요하겠구나. 그래야 가치의 생명력이 유지될 테니.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거창하게도 한다. 그것도 고작 중고거래 하면서. 중고 생각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혹시 그런 시장이 있다면 나 같은 사람도 유용성이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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