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아재 Feb 18. 2024

회유성 동료

모두의 삶을 응원합니다

(빛이 있다면) 늘 곁을 지키는 친구가 있다




늦은 밤 퇴근. 기계음이 나지막이, 천천히 들려온다. 소리의 방향을 따라 어둠 속을 훑는다. 작은 불빛 한 점이 일정한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움직인다. 가만히 서서 불빛이 만들어내는 길을 응시한다.

  서울살이 초기. 촌놈 티를 벗지 못했던 때 취미는 구경하기였다.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많은 사람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떤 꿈과 희망을 품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걸까? 이 혼잡함이 서울을 달리게 하는 동력일까?

  회사원이 되었다. 반복하는 출퇴근 길. 어제와 같은 오늘. 구경하던 삶은 구경당하는 풍경 일부분이 되었다. 조각난 세상이 답답할 때면 거리가 보이는 카페를 찾았다. 잠시나마 구경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예전만큼 자유로운 시선일 수 없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 굴레, 시지포스의 형벌, 영원회귀. 아모르파티? 무한 반복되는 이 굴레에서 어떻게 긍정과 힘을 찾을 수 있는 걸까? 굴레의 틀 자체를 벗어날 수 있을까? 

  더 나은 직장을 위해 이직을 두 번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고 새로운 동네에 이사했다. 매일 보는 직장 동료도 출퇴근 풍경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우아! 감탄이 나올 정도의 존재감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존재는 아니지 않을까.

  경쾌한 음악이 울린다. 청소를 마치고 충전기로 돌아갑니다! 반짝반짝 불을 밝히며 진행되는 퇴근 퍼레이드를 바라본다.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진 믿음직한 친구. 정해진 길을 의심하지 않는 친구. 칼 퇴근길의 변수가 되고 싶지 않아 구경자의 위치에서 기다린다. 

  일상 한 조각에서 잃어버린 취미를 찾는다.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진 작고 소중한 친구여. 당신의 존재가 소중한 것처럼 나의 존재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겠습니다. 나의 퇴근을 맞아준 당신의 퇴근에 감사합니다.

이전 11화 접시 로봇의 눈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