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방문한 뷔페는 예전과 다른 풍경이었다. 입구에 서 있는 기계가 사람 대신 대기를 요청했다. 기다림 끝에 입장한 식당 내부 풍경은 더 생경했다. 앞치마를 입은 직원 대신 로봇 여러 대가 덜덜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버튼을 눌러 로봇을 부른 후 빈 접시를 담아주세요. 좌석마다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저마다 먹는 속도가 달랐다. 여기저기 빈 접시가 속출했다. 여러 사람이 벨을 동시에 눌러대자 로봇이 갈팡질팡했다. 삐거덕거리는 로봇을 차분히 기다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벨이 경쟁적으로 울려댔다. 로봇이 갈 길을 잃고 헤맸다.
음식을 담는 사람과 빈 접시를 치우는 로봇. 동선이 겹치며 복도가 혼잡했다. 뒤를 돌다 로봇과 부딪힐 뻔했다. 서로 놀라 급정지했다. 로봇이 또 갈팡질팡했다.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로봇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저 친구들은 언제 쉬는 걸까? 우리 동네 고양이 카페의 고양이들은 일주일 휴가도 가던데. 저 친구들은 휴가도 없겠지? 저렇게 소모되다 버려질 거야. 새 시대? 혁명은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어. 그런 거야.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빠 밥 먹다 갑자기 왜 울어?” 아내가 물었다.
“로봇이 안쓰러워서.”
“그럼, 우리는 접시를 몇 개 모아서 한 번에 부르자!”
아내에게 또 한 수 배웠다. 공존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움직여야 한다. 백날 공감하고 울어댄들 그게 무슨 소용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