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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아재 Jan 30. 2024

맛없는 반찬 먼저 먹기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변명은 있다




도입

어린 시절, 늘 먹기 싫은 반찬을 먼저 먹었다. 맛없는 음식의 고통 뒤 먹는 좋아하는 반찬은 훨씬 더 맛있었다. 쾌락 극대화 전략? 진실은, 먹기 싫은 음식을 안 먹을 용기가 없었다. 순응은 습관이 되었고 합리화는 변명의 가면이 되었다.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싫어하는 음식만 잔뜩 먹었다. 먹기 싫어서 열심히 먹으니 잘 먹는다며 반찬이 계속 보충되었다. 그만 달라는 말을 못 했다. 아주머니가 상처받을까 봐 더 열심히 먹었다.     


성장

군대가 가기 싫어 스무 살에 자원입대했다. 학교에 돌아오니 고작 스물셋이었다. 일생의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다. 하기 싫은 일 먼저 하기. 잘 못 살지 않았음에 스스로 감탄했다.

  경영대 정체성을 잃고 철학과 문학에 빠졌다. 온통 잘못된 것 투성이었다. 잘못된 세상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왔음에 개탄했다. 시스템에 들어가서 노예처럼 살지 않겠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정신적 자유를 얻겠다며. 

    

쇠퇴

일 년 반의 백수 생활. 회사에 입사했다. 

    

환생

원점. 듣기 싫은 말을 꾸역꾸역 듣는다. 하기 싫은 말을 꾸역꾸역 한다.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한다. 월급날 쾌락을 극대화한다. 진실은,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용기가 없다. 순응은 삶이고 합리화는 가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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