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덥고 비도 오고 그래서
내비게이션(Navigation)이 갑자기 평소 가던 길과 다른 길을 안내한다.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더 빠른 길을 안내하는 모양이다. 내비게이션은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이 상황은 외통수다.
선택 하나. 내비게이션을 믿고 새로운 길로 간다. 어김없이 머피의 법칙이 작동하며 새로운 길의 교통체증이 심하다. 짜증. 다른 길의 상황은 확인할 수 없지만) 그냥 가던 길로 가지 왜 새로운 길로 와서 더 막히나?
선택 둘. 기계는 무시하고 직감으로 가던 길로 간다. 역시 교통체증. 역시 짜증. (다른 길의 상황은 확인할 수 없지만) 왜 내비게이션이 가르쳐 주는 대로 안 가서 더 막히나?
외통수를 깨는 전략이 없지는 않다. 생각을 뒤집기다. (다른 길의 상황은 확인할 수 없지만) 가던 길로 갔으면 더 막혔을 텐데 새로운 길로 와서 덜 막히는구나! (다른 길의 상황은 확인할 수 없지만) 모두가 내비게이션이 새롭게 알려주는 길로 갈 테니까 원래 가는 길을 이것밖에 안 막히는구나!
쉽다. 쉬어도 너무 쉽다. 그러나, 문제는 쉬운 것을 가장 못 한다는 것.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어서 힘들고 타인이 복잡함을 강요해서 힘들다. 그러니 삶이 늘 고달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생사 결코 쉬워질 리 없겠구나.
어김없이 급습하는 불길함을 휘휘 손을 저어 흩트려 본다. 삼일 연휴 끝자락에 누워 다가올 내일을 기다리면서.
외통수구나! 외통수야. 오호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