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럴듯한 변명은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두발 제한이 있어 머리를 빡빡 밀고 다녔다, 기숙 재수학원도 두발 검사를 해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대학교, 드디어 자유로운 세계에서 산다고 했건만, 6개월 만에 입대하면서 머리를 또 한 번 민다, 이제는 정말 자유구나! 는 찰나, 회사, 회사는 두발은 물론 두 손발까지 묶어버리는 세계임을 몰랐다 매일 아침 턱 아래로 나는 머리카락(수염)을 스스로 밀어버린다
폐쇄적 세계의 법칙을 따르기 위한 통제, 보이지 않는 힘을 순수하게 수용했음을 증명하는 의식, 세계의 구성원 모두와 절대 다르지 않음을 스스로 드러내야 하는 구속 의지, 미적 감각과 무관하게, 머리를 자른다, 얼굴이 작아 보이는 진한 마초 냄새를 뽐낼 수 있는 수염을 슥삭슥삭 자른다
길고 긴 그런 이유로, 자유를 찾고 싶은 작은 소망 혹은 작은 만족을 얻기 위해, 휴가나 공휴일에는 면도하지 않고 덥수룩한 수염을 달고 다닌다는
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