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아재 Jun 16. 2024

초당옥수수의 일침

경각심을 가지세요

생각보다 작거나 혹은 크게 보일지도




마트 한쪽에 초당옥수수가 산더미로 쌓여 있었다. 사람들이 옥수수 더미를 동그랗게 둘러서서 무언가 열심히 작업 중이었다. 빈틈으로 슬그머니 끼어든다. 껍질을 벗기는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왜 껍질을 벗기는지 모르지만, 다들 하길래 열심히 세 개를 벗겨 봉투에 담았다.

  경험 속에 없는 맛과 식감이었다. 달고 단 과일이랄까. 강원도가 옥수수가 유명하다더니 역시 다르구나! 그렇다. 초당옥수수가 그 유명한 초당순두부와 이웃사촌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초당옥수수의 참을 수 없는 존재감에 마트를 다시 갔다. 껍질을 벗기자 이 주 전보다 알맹이가 불량이 많았다. 벌써 제철이 지난 건가? 원산지인 강원도를 가 볼까? 그때까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맛은 혁명이야. 강원도가 낳은 이 명품을 찬양하는 글을 써야겠어. 자료 조사 겸 인터넷 창을 열어 초당옥수수를 검색한다. 그렇다. 초당옥수수는 강원도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super sweet’이라서 초당이라나. 심지어 주요 산지는 제주도였다.

  오해가 깊었다. 믿고 싶은 대로 믿어 초당옥수수에게 결례를 범했다. 아내에게 강원도를 가자니 말자니 하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이빨 사이사이에 낀 옥수수 알맹이가 경각심을 준다.

  반대로 옥수수의 관점도 생각한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나의 단편적인 정보에서 어떤 것이 유추되고 있을까? 샛노란 예쁜 색깔에 달콤한 옥수수 같은 사람으로 보일까? 껍질을 벗겨야 참모습이 보이는 그런 사람일까?

이전 23화 떼쓰는 아이와 내로남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