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베트남 여행기
해발 1,487m 바나힐. 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대절한 택시를 기다린다. 다섯 시 반에 데리러 온다는 택시는 깜깜무소식이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야 아내의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알람이 울린다.
“미안해 조금 늦을 것 같아. 차가 고장 났어.” 정비소에서 왼쪽 앞바퀴를 교체 중인 사진도 함께다.
“25분 더 걸릴 것 같아. 기다려 줄 수 있어?”
“우리가 시간이 없어서 다른 차로 갈게. 밤 아홉 시 반에 우리 호텔로 와. 돈 줄게.”
남은 여정의 시간이 촉박해 다른 택시를 타고 시내로 돌아간다.
아홉 시 삼십 분. 호텔 앞으로 내려간다. 기사가 차에서 내리며 연신 미안하다고 한다. 바나힐 바로 앞까지 갔는데 차가 고장 났다며. 시간 맞추어서 가고 있었다며. 차가 나빴다며.
“무슨 일이야? 사고?”
“아니야 사고. 바퀴 빠졌어.”
“너 다쳤어?”
“아니야 나 튼튼해.”
기사가 환하게 웃는다.
“다행이야. 너 안 다쳐서”
“고마워.”
기사가 운전석에 타서 창문을 내린다.
“다음에. 다시 오면, 연락해 나한테.”
“물론이지. 너 베스트 드라이버잖아.”
“고마워! 행복해 한국 가서.”
“너도. 조심하고 행복해!”
베트남 다낭에서 약 3,000km 한국. 나도, 당신도, 누군가의 베스트 드라이버로서, 행복해야 해.
단지 그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