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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도 홈페이지도 1등으로 끝냈다.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by 서른리셋

처음 로고 디자인은 유튜브 강의로 배웠다.
디자인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었지만
일단은 강의를 들었다.
유튜브 무료 강의를 순서대로 정주행하며
기초부터 차근히 익혀나갔다.

로고를 배우는 것에만 머물렀고

실제로 판매해보는 실행은 하지 않았다.
처음 스스로 로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일 자체가
직장에서 주어진 일만 처리해오던 내게는
너무나 생소했고, 큰 산을 넘는 것처럼 막막했다.


역시 실행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바로 바꿨다.

이름을 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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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 환경 탓, 체력 탓만 하던 지난 버전의 나를
완전히 지워버리기로 했다.
진짜로 나 자신에게 다짐을 새겨야했다.
이제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이번엔 끝장을 보겠다고.

내가 선택한 무대는 크몽.

디자인 판매 온라인 재능마켓 플랫폼이었다.

로고 1개만 팔아보자. 딱 1개만.

하지만 처음 로고 사업을 시작하며

혼자 하기는 버거웠다.
그래서 ‘크몽 입점’ 실전 로고 클래스를 등록했다.
수강생은 29명. 디자인 전공자도 있었다.

독서실 구석에서 노트북을 켰다.

강의 틀고, 선 긋고, 지우고, 또 긋고.
수십 번 반복하다가 진이 빠져 울기도 했다.
스스로가 너무 못나 보여서
화가 나고 서러웠다.


그때 가족들이 말했다.
“열심히 했어. 이제 그만하고 좀 쉬어.”
“이러다 쓰러지겠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실제로 나는 잘 먹지도, 잘 자지도 않았다.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서 끙끙대며
스스로 만든 로고를 지우고 또 지웠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내가 지금 이걸 포기하면,

다시는 못 일어설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혼자 살기로 했다.



tempImageUFNHH8.heic 작은 방에서 홀로 로고를 배웠다. 방이 너무 작아 모니터로 방이 꽉 찼다.


가족들이 그리웠지만

마음이 흔들릴까봐

작은 방을 구해서 혼자 살았다.
먹고, 자고, 로고 만들고

딱 그 세 가지만 내내 했다.


강의 마지막 주에는
로고 30개를 7일 내 만들기 미션이 있었다.
나는 모든걸 다 쏟아부었다.
밤낮없이 작업해서, 결국 로고 200개를 만들었다.


그 중 70개를 추려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크몽 입점 심사에 제출했다.

첫 입점 실패 후 재입점에 성공했고,
첫 달에 로고 35개가 팔렸다.

29명 수강생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었고,
클래스 1등 수강생으로 마무리했다.


고객의 로고 의뢰는 멈추지 않았다.
“로고 말고, 홈페이지도 가능할까요?”


고객 요청에 나도 바로 움직였다.
이번엔 홈페이지 강의를 수강했다.

수강생은 20명이였고
쇼핑몰 홈페이지를 멋지게 만든 수강생을 보며
한참 뒤처진 것 같아 초반 기가 죽었다.


하지만 그때도 똑같이 했다.
10번 넘게 강의를 돌려보고, 하나씩 뜯어봤다.
몰입했고, 결국 홈페이지 상품도 입점에 성공.
첫 주문도 들어왔고
판매도 이루어졌다.
이번 클래스에서도 1등으로 마무리했다.


북아프리카의 타릭 장군은 군대를 이끌고

스페인에 상륙한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자신들이 타고 온 배를

모두 불태우라고 명령한다.

"이곳을 정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갈 길을 없앤 것이다.

이 극단적인 결단은 병사들의

각오를 다지게 만들었다.

도망칠 수 없으니, 죽을힘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타릭 장군은 스페인을 단기간에 정복하며

승리를 거머쥔다.

이 전략은 지금도

'배수의 진(背水之陣)'이라 불리며,

벼랑 끝에서 승리를 일궈낸 상징처럼 전해진다.


나 역시 그랬다. 돌아갈 길이 없었다.

그래서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 절박함이 결국 나를 살렸다.

tempImageYlM4fU.heic 배수의 진을 치며 혼자 살고, 혼자 밥차려 먹고 살기. 햇반으로 버텼다.


지금 당신도 그 시작점에 서 있다면,

절박하다는 것은 힘든 것 이 아니라

나에게 무기가 된다.

돌아갈 길이 없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해주는

내 안에 강한 무기.


버텨낸 시간은 결국 당신만의 길이 된다.

그 길을 걷다 보면, 그것이 곧 당신의 방향이 된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도 그랬으니까.


당신도 분명 해낼 수 있다.

tempImageE12FZc.heic 힘들 때 마다 오르던 뒷동산을 오르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돈 한푼도 안 들고 등산은 마음잡기에 제격이라 우울하고 힘들다면 등산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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