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스피드 포트폴리오 공략법
로고 디자이너로 이직 후 가장 막막했던 건 ‘포트폴리오’였다.
막상 만들려고 하면 도대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상세페이지를 꾸미는 일조차 엄청난 부담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걸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계속 미루다
며칠, 몇 주가 훌쩍 지나가기도 했다.
아마 처음 디자이너로 로고를 판매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벽에 부딪힐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처음처럼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포트폴리오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어내고,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나의 공략집을 정리해보았다.
1.간판 활용
간판은 단순한 글씨가 아니다.
누군가가 고민해서 만든 로고이고, 디자인 결과물이다.
새로 생긴 가게, 리뉴얼된 간판,
오래됐지만 눈에 확 띄는 간판까지
이런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로고를 보는 눈’이 생긴다.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치면 금세 잊힌다.
괜찮다 싶은 간판은 사진으로 꼭 남겨두고,
어떤 폰트를 썼는지,
어떤 색이 눈에 띄었는지,
업종과 디자인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천천히 분석해보자.
그렇게 쌓인 자료는 포트폴리오 작업할 때
훌륭한 참고서가 된다.
간판의 로고를 살펴보았으면 이제 2단계로 넘어간다.
2. 1가지 차이점 찾기
거리의 간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글씨만 있는 게 아니라,
각 가게의 성격과 분위기를 담아낸 로고가 함께 있다.
로고는 ‘이 가게가 어떤 곳인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래서 간판을 보는 건 로고 공부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업종이 완전히 다른 로고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카페 로고는 곡선이 많고
감성적인 세리프체 즉 곡선이 있는
글씨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헬스장 로고는 강하고 굵직한 산세리프체
즉 고딕체가 주를 이룬다.
업종의 성격이 로고에 그대로 녹아있다.
조금 익숙해지면 같은 업종 안에서의 차이도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일본식 라멘집은 전통적인 일본어 서체나
장인의 느낌을 강조하는 반면,
삼겹살집은 돼지 캐릭터나 먹음직스러운 붓글씨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점이라는 같은 업종 안에서도 분위기와
콘셉트에 따라 로고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같은 업종에서 같은 메뉴를 다루는 곳
사이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필라테스 학원 로고라도
어떤 곳은 필라테스 동작 실루엣을 넣고,
어떤 곳은 기구를 강조하거나,
또 다른 곳은 상호명을 세련된 타이포그래피로 풀어낸다.
이렇게 관찰하고 구분하는 습관이 쌓이면
로고를 보는 눈이 생기고,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도 한 가지 스타일이 아니라
다양한 콘셉트로 확장해 작업할 수 있게 된다.
3. 신의 한 수 목업.
로고를 제작했다면, 이제 그 디자인을
실제처럼 보여줄 차례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목업(mock-up)’이다.
목업이란 만든 로고를 간판, 명함, 벽면, 포장지 등
현실적인 환경에 적용한 가상의 연출 이미지다.
주로 사용하는 사이트로는 엔바토 프리미엄 사이트(Envato)와
프리픽 사이트(Freepik)가 있다.
두 사이트 모두 다양한 목업 소스를 제공하므로,
작업 스타일에 맞는 목업을 고르기 좋다.
단순한 선으로만 존재하던 로고가 목업을 통해
입체감과 분위기를 갖게 되면,
보는 사람에게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
선형 로고처럼 가느다란 라인 위주의 디자인은 그림자와
깊이감이 있는 배경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벽에 부착된 간판형 로고는 재질과 음영이 잘 드러나는
리얼 목업을 사용하면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여기에 금색이나 은색 텍스처를 더하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실제로 금박·은박 목업은 심플한 로고도
더 세련되고 브랜드화된 느낌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목업까지 마치면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처음에는 포트폴리오 작품 수를 많이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완성도 있는 포트폴리오다.
처음엔 20개 정도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이 20개만 상세페이지에 잘 올려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지나면 실제로 판매한 로고들도
1개씩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진짜 작업물이 모이게 된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계속 덧칠해 나가다 보면 점점 내 스타일이 생기고,
어느 순간 내 것이 되어간다.
대부분 포트폴리오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조차 미루는 일이 많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은 없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포트폴리오에 집착하기보다 일단 한 걸음 내딛는 게
훨씬 중요하다.
시작하면 보인다.
덧칠하고, 고치고,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신만의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가볍게 시작해보길!
그 가벼운 한 걸음이 생각보다 창대한 끝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