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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주기의 자살 유예 효과와 통계적 시차

죽기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가 남아 있었다

by 박참치

※ 이 글은 월경주기와 자살 충동 사이의 억제 가능성에 대해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가상의 논문 형식 글입니다.

※ 자살이나 자해에 민감하신 분께는 열람을 권하지 않으며, 불쾌하거나 불편한 감정은 언제든 멈춤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의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통계의 사각지대를 질문하는 시도임을 밝혀둡니다.


#T-R-Δ41112-X


월경주기의 자살 유예 효과와 통계적 시차

—생리적 존엄과 국가 통계 사이


“죽기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가 남아 있었다.”


작성일: 20XX-11-12

제1저자: 박참치 (사후처리 불안증 연구회 창립준비위원장)

제2저자: 정아 (학부 동기 / 여성자살지연물리학 실험실 RA)

적용 학제: 통계왜곡학 × 생물주기 정치학 × 감각사회학



초록(Abstract)


본 논문은 여성의 자살 충동에 있어 월경 주기가 작용하는 억제력을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생리 기간 중 자살이 유예되는 현상은 단순한 호르몬 변화가 아니라, 수치심과 신체존엄에 대한 상상적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가설을 제안한다. 우리는 이 비가시적 생존 시간을 ‘생물학적 완충 구간’으로 정의하고, 자살 충동의 억제력을 수리 모델로 구성함으로써 기존 통계 체계의 맹점을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1. 서론


여성 자살률에 대한 기존 분석은 충동성 증가나 기분 저하 등 생리 전후의 정서 변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는 ‘자살을 실행한 날’만을 기준으로 삼는 통계 방식에 기반하며, 실제로는 자살 충동이 존재했음에도 실행이 유예된 시간을 포착하지 못한다. 특히 월경 기간 중 나타나는 자살 유예 현상은 호르몬의 안정이 아니라, 사후 자신의 신체가 타인의 손에 의해 노출되고 처리될 수 있다는 상상에서 비롯된 불쾌감, 수치심, 그리고 잔존하는 자기존엄감의 표현일 수 있다.


이러한 억제력은 감정적이면서도 생물학적인 성격을 띠지만, 현재의 국가 통계 체계는 개인의 월경 주기라는 시간성과 신체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그 결과, 자살률 통계는 여성의 ‘살아 있었던 나흘’을 누락한 채 구성된다. 본 연구는 생리 중 자살 유예라는 특수한 억제 작용을 정성적·수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존 통계의 시야 밖에 놓인 생존의 조건을 되묻고자 한다.



2. 생존 통계의 맹점들: 누락된 자살, 기록되지 않은 시차


2.1. 호르몬, 충동, 통계: 왜 생물은 제도를 속이는가


여성 자살시도자들 중 상당수는 생리 중에는 자살을 미루고자 하는 강한 감정적, 사회적 억제력을 경험하며, 이는 단순히 생리학적 안정감 때문이 아니라, 죽은 이후에도 생리 상태로 타인의 시선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는 수치심과 신체존엄감의 위협에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현재 통계는 ‘호르몬 변화에 의한 자살충동’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어떤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억제되고 지연되는가에 대한 질문은 놓치고 있다. 여성 자살자의 죽음은 단순히 생리학적 피크의 결과가 아니라, 수치심과 존엄성, 신체감각과 사회시선이 교차하는 복합적 경험이며, 이 복잡성을 제거한 통계는 필연적으로 여성의 죽음을 표준화하고 왜곡할 수밖에 없다.



2.2. 자살 통계의 시간 단위 왜곡


더불어 대부분의 국가 통계는 연·월·일 단위의 시간 구조를 기반으로 하기에, 개인 생리주기(28±ɑ 일 단위)라는 여성의 고유한 시간성은 통계적 사각지대에 머무른다. 여성마다 PMS의 시작, 월경일, 완전 회복일은 편차가 크며, 이는 단일한 시간 단위로 집계되는 자살률 통계와 불가피하게 불일치한다. 나아가 자살 충동의 피크가 실제 자살 시도보다 앞선 시점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억의 재구성과 인지된 충동 시점 자체의 오류 가능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2.3. 생물학적 연기 상태로서의 생존


생리 중 자살은 ‘존엄을 훼손당한 채 발견되는 시나리오’를 강력하게 상상하게 만들며, 이로 인해 자살 충동이 일시적으로 유예된다. 이 유예는 감정의 기복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상상(예: 생리혈 묻은 속옷, 사후의 냄새, 낯선 손에 의해 제거되는 생리대)에 의해 작동한다. 이 시기의 생존은 ‘삶에 대한 의지’가 아닌, ‘죽음 이후의 수치심’에 대한 예측에서 비롯된다. 이 억제력은 자살충동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 실행 시점을 생리 종료 이후 혹은 다음 생리 전으로 이동시키는 일시적 유예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연된 자살’은 실제 자살률과 통계상 자살시도일 간의 인과적 착오를 발생시킨다.



3. 생리적 억제 계수의 수리 모델링


앞서 우리는 생리 기간 동안의 자살 유예 현상이 단순한 감정 기복이 아닌, 신체적 수치심과 사회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 억제 현상을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은 가능할까? 박참치는 여성 개개인의 주관적 수치감, 생리통, 생리 기간 중 시체 처리 상상 강도 등의 변수를 조합해, 자살 충동 억제 정도를 수치화한 억제 계수 η(eta)를 제안한다.


이는 “여성이 실제 자살 시도를 유예한 정도”를 물리학적 함수의 형태로 환산함으로써, 기존 자살률 통계에서 간과된 정성적 억제를 시각화하려는 시도이다. 자살 충동을 시간 의존 함수 I(t) 로 정의하면, 생리 시작 시점을 t₀ 로 놓을 때 다음과 같은 형태로 근사할 수 있다:

tempImagezRsTSL.heic

여기서 억제 계수 η는 다음과 같이 모델링된다:

tempImage5kc4hY.heic

S: 시체 처리 상상 강도

Z: 자기존엄 민감도

P: 생리통의 통증 계수

k: 조정 상수


→ η가 1에 가까울수록, 생리 기간 동안 자살 충동이 거의 완전히 억제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4. 논의 및 함의


국가의 자살 통계는 여성 개개인의 생물학적 유예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실제로는 자살 직전 단계에 진입했다가 생리 때문에 유예된 여성들의 존재를 지우게 된다. 이로 인해 월경 중에 발생한 며칠간의 생존은 공식 기록에 반영되지 않으며, 여성은 구체적인 시간성과 신체성을 지닌 존재가 아닌 추상적 평균치로 환원된다.



5. 결론


본 논문은 월경이라는 생물학적 주기를 단순한 신체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매개된 억제력으로 해석함으로써, 기존 자살 통계에서 누락된 정서적, 시간적, 신체적 맥락의 간극을 조명하고자 했다. 특히 우리는 ‘생리 중 유예’라는 심리적 작용을 수치화된 억제 계수로 모델링함으로써, 국가 통계가 감지하지 못하는 지연된 자살의 패턴을 정량적 시야로 가시화했다. 이 시도는 생리 중 자살 유예라는 미세한 감정의 관성을 통해, 통계가 감지하지 못한 생존의 흔적과 그 윤리적 의미를 되묻기 위함이다.


우리는 죽음을 통계로 환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생리 중 자살을 미룬 나흘은, 통계가 담지 못한 삶의 윤리적 망설임이다. 자살은 죽음의 순간이지만, 그 충동조차 삶의 조건과 연결되어 있다. 생리 중 자살을 미룬다는 발상은 우습고 기괴하게 들릴지 모르나, 실은 가장 ‘생생한’ 이유로 죽음을 미룬 것이다. 타인의 손에 닿을 생리대를 걱정하며 삶을 유예하는 존재는, 비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인간적이다. 자살 충동의 시간에도, 인간은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고려한다. 그건 약함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개인의 존엄이자 인간스러움의 흔적이다.



후주


이 논문이 박참치 혼자로선 도달할 수 없는 세계였음을 기억하며,
존엄에 대한 낯선 가설을 함께 감당해준 정아에게,
신뢰와 감사를 전한다.



참고문헌


Fitzgerald, A. E., & Hu, T. L. (20XX). The silent week: Menstrual cycles and temporal bias in suicide statistics. Archives of Feminist Epidemiology, 12(3), 211–229.

Lee, S. H., & Park, M. J. (20XX). Hormonal fluctuations and suicide ideation among Korean females: A longitudinal study.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65, 187–193.

Tamura, K., & Jeong, Y. (20XX). When blood delays death: Cultural stigmas, menstrual taboos, and female suicide hesitancy. Asian Journal of Cultural Psychiatry, 9(4), 92–106.

Vague, D. A., & Lo, N. U. (20XX). The Intermenstrual Gap: A forgotten variable in national suicide reports. Journal of Existential Quantification, 7(1), 1–13.

국립정신건강센터 (2022). 자살예방백서 2022. 보건복지부.

박참치 (20XX). 주기 너머의 충동: 생물과 제도 사이에서 여성이 택한 생존 방식에 대한 수학적 시론. 곧 출간 예정.

정아 (20XX). PMS는 페미니즘보다 강하다: 자살을 지연시키는 비선형 감정 곡선에 대하여. 그녀의 서재, 4(1), 43–59.





죽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죽기 싫은 날이 있는 것뿐이다.


— 박참치, 생존을 결정짓는 건 의지가 아니라 타이밍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 보론: ‘수치심’에 대하여

본 논문에서 다루는 ‘수치심’은 생리라는 생물학적 현상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이 아닙니다. ‘죽은 후 자신의 몸이 어떻게 타인에게 노출되는가’에 대한 인간 일반의 본능적 민감함을 지칭합니다.

예컨대, 본 필자는 농구를 한 뒤 땀에 젖은 채로 사망하게 될 가능성을 떠올리면 샤워를 마치고 체취를 정돈한 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는 땀이 ‘부정적’이거나 ‘더럽기’ 때문이 아니라, 죽은 뒤 타인의 시선에 비치는 자기 상태에 대한 ‘지극히 인간적인 민감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생리’ 또한 그 자체가 수치스럽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그 상태로 죽음에 이르고, 그대로 노출되는 상상’이 인간에게 막연한 두려움 혹은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 아래, 그로 인해 자살 결행이 지연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 것입니다.

본 논문은 수치심이 ‘정당한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나, 수치심을 만들어낸 사회적 구조를 비판하려는 목적이 없습니다. 또한 생리라는 신체현상에 대해 어떠한 가치 판단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관심사는 오직, 그러한 수치심이라는 감각이 어떻게 자살이라는 결정에 지연 효과를 미칠 수 있는가라는 심리·사회적 메커니즘에 있습니다. ‘수치심’이라는 단어가 이론적으로 불편하게 들릴 수 있음은 인지하며, 그 표현은 인간 일반의 취약성, 자기표상 욕망, 사후 노출 공포에 대한 분석 틀 안에서 사용되었음을 명확히 합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시어, 본 논문의 분석 방향이 오해되지 않기를 조심스레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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