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온도
"넌 정말 따뜻한 사람이야."
우울할 때, 나는 관계의 온기를 가장 갈망했다. 말이 없어도 편안한 존재 하나가 큰 버팀목이었으니까.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내 곁에 있어준 친구 하나. 그렇게 온기를 전해주는 이 덕에, 나는 우울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함께 걷기만 해도 편안한 사람이 있다. 같은 길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평온하며, 서로가 말없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온기가 흐른다. 반면, 완전한 타인에게는 어떠한 느낌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불편을, 차가운 기류를 느끼기도 한다. 지인이라고 하더라도, 말을 꺼내기 전부터, 얼어붙는 경우도 흔하다.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은 '관계'와 관련되어 있으리라. 어떤 관계는 오래 봤지만 피로하고, 어떤 관계는 짧았지만 오래 남는다. 그렇다고 오래된 관계가 항상 따뜻하지만은 않으며, 최근에 생긴 관계가 항상 차갑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오래 봐왔지만 지금은 못 볼 수도 있고, 최근에 시작한 관계여도 자주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사이엔 말 없는 온도가 흐른다. 말이 없어도 편안한 사람이 있는 반면, 말이 없으면 한없이 어색한 이도 있다. 얼마나 알았는지, 그 시간은 상관없다. 마음속의 내면의 거리가 중요하다.
서로를 처음 만나 대할 땐 각자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나의, 그리고 너의 말없는 온도, 그 따스한 온기는 벽을 녹아내리게 만든다. 시작은 멀다고 느꼈더라도, 서로 끊임없이 온기를 전해준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게 된다. 나는 너고, 너는 나인, 서로의 경계가 없는, 그런 사이가 되는 것이다.
벽은 처음엔 얇게 시작한다. 상처를 겪고, 오해를 겪으며 높아지고 두터워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높고 두꺼운 벽도, 누군가 아무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누군가에 의해 무너지기도 한다. 말없이도, 그 온기만으로도, 벽은 무너진다.
하지만 냉기를 내뿜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겉보기엔 구별할 수 없지만, 한 마디 대화로 나의 벽을 더 거세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이기적'으로 모두를 이기려 드는 사람, 타인을 자신 밑에만 두는 사람. 그 사람은 언제나 ‘정답’만을 말하는 것 같다. 압도되는 감정은, 느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런 사람들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고, 틀린 말이어도 맞다고 믿게 된다. 그들에게 우리는 더 튼튼하게 벽을 쌓게 되고, 그 위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헤어짐 끝에선 그런 이들을 더 붙잡지 않는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통하는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타인의 평가에만 나를 내몰기 전에, 내 기준의 좋은 사람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내가 남에게 해주는 만큼, 그도 내게 그렇게 대해줄 테니까.
타인의 평가에만 나를 내몰지 말자. 그전에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
내가 따스함을 느낀 만큼,
내가 따뜻한 만큼,
나의 온기를 전해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