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에 대하여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지는데,
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라고 느끼는 걸까?
그 이유는 삶이 점점 비슷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비슷하게 산다는 건 새롭지 않다는 것이고,
새롭지 않다는 건 결국 기억에 남는 장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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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뒤,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새롭다고 느끼며 세상을 배워간다.
의무교육을 마치고 대다수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대체로 유사한 생활을 반복한다.
대학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전공, 진로, 일터가 나뉘며 점차 개인의 시간이 달라지기 시작하지만,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비슷하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반복되는 일이 많아지고
삶은 점점 ‘루틴’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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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실수 하나에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
이제는 말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 더 많다.
이쯤에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또 하나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다투고, 이해하고, 거리를 조율하면서
터치하지 말아야 할 영역을 익히고
조용히 나란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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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시점에 아이까지 생긴다면?
나는 아직 경험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례를 통해 예상할 수 있다.
가장 자유롭게 살던 사람들조차
아이와 함께하는 삶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우선순위와 리듬을 바꾸게 된다.
화려한 일상은 조금씩 정리되고,
자신만의 시간은 ‘가족의 시간’으로 재편된다.
그것이 좋고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건, 삶이 단조로워지면서
기억에 남을 새로운 장면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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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그 말은 곧,
“요즘은 기억나는 일이 별로 없어”라는 뜻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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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생각해 보면,
가장 시간이 느리게 흐르던 시기는
무언가를 처음 해보던 때였다.
낯선 환경, 새로운 친구, 처음 가본 도시,
처음 사 본 비싼 물건,
처음 사랑했던 날들.
그 시기가 바로,
지금 우리가 소비 권력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MZ세대가 살아가고 있는 구간이다.
이들은 아직 새로움이 많고,
돈은 부족하지만 호기심은 풍부하다.
결국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삶의 밀도를 높이고,
시간을 더 천천히 흐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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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또 새로운 세대는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MZ세대도 언젠가는
“와, 나 이제 구세대가 됐구나”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루틴 한 삶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껴질 때는,
나를 새로운 환경에 밀어 넣는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낯선 활동, 작은 리스크, 어색한 만남,
그 모든 것들이 시간을 다시 ‘기억 가능한 조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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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는 ‘주체성’이라는 키워드로 자주 설명된다.
그런데 그 주체성은 정말 이들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세대 간의 충돌은 있었지만,
이들이 ‘표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진화한 사회적 관계망 덕분이라고 본다.
누군가가 말하고, 누군가는 공감하며,
그 목소리는 SNS를 타고 확산된다.
“나 혼자 이런 게 아니었네?”라는 감정이
용기를 만들어낸다.
이 세대가 특별히 더 용기 있는 게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채널을 잘 알고 있는 세대라는 것.
그게 이들을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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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등장할 세대는 또 다를 것이다.
사회와 경제, 정치, 기술이 변하면
그들의 표현 방식과 시간 감각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질문은 하나다.
나는 오늘, 기억에 남을 만한 하루를 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