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
온통 내 가족들의
애꿎은 흔적들이 가득하다.
널브러져 있는 속옷가지
여기저기 짝 잃은 양말
훌러덩 뒤집어져 속 드러낸 바지
갈 곳 몰라 덩그러니 수건
하얀 거품 방울방울 양치컵,
사악하며 훑고 간 빈 그릇들이
요란하게 쌓여있다.
이부자리의 각을 잡아주고
제자리를 잃은 물건들의 집을 찾아주고
요란한 그릇들의 목욕이 시작되면
방안 가득 먼지들도 이내 노래가 된다.
햇빛 가득 머금은 빨래들이 기지개를 켜고
한 잔 커피의 유혹 앞에서
나는 오늘도 행복한 엄마가 된다.
아,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봐!
@작가의 생각노트
전업주부로 살아가며, 독박쓰는 듯한 살림살이만 27년째다.
식구들이 늘어날 때마다 집안일도 함께 쟁여진다.
이 정도 했으면 '살림의 고수'가 되어
척척 처리할 만도 한데,
여전히 나와 살림은 대면대면하다.
하지만,
살림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내 곁에 가족들이 있다는 뜻이고,
고요한 아침에 살림을 마치고 커피 마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가족이 오늘도 평안하다는 증거다.
그러니, 여기가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오늘도
수세미를 쥐고 행복을 닦습니다.
.
호주사는 딸을 위해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한국수세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