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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드디어 시작하다, 내 가게!

인테리어 업체 선정하기.

by 행복한 요리사

비가 새는 걸 본 나는 '이거 어쩔 거야'하는 눈빛으로 주인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방수 공사를 새로 해주겠다고 했고 한 달 임대료도 안 받겠다고 하셨다. 게다가 이미 이 자리에 삘(feel)이 왔던지라 나는 계약을 감행했다.

시간이 돈이니 인테리어 업체를 얼른 선정해야 했다. 그런데 인테리어라는 것이 네이버에서 물건 사는 것처럼 리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장사하는 친구가 있어서 좋은 업체를 추천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어떻게 시작할지가 막막했다. 무턱대고 인터넷 검색을 하던 차에 내가 선호하는 인테리어를 주로 하고 소규모 인테리어를 많이 해본 업체 세 개 정도가 눈에 띄었고 그들과 미팅을 했다. 예상 견적은 그리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디자인이 없는 상황에서의 견적은 말 그대로 예상일 뿐이었고 다들 초과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한 업체가 가장 솔직하게 내 질문에 답을 해주었고 나와 의사소통을 잘하면서 일을 진행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뭘 보고 이 업체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나는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나만 믿는다.)

나는 이 업체가 인테리어를 했던 업장들에 찾아갔다. 절박함에 문 앞까지는 갔는데 막상 들어가서 물어보는 건 쉽지 않았다. 주저주저하다가 용기를 가지고 사장님들을 만났고 (처음에는 당황하신 기색이 보였지만) 다행히 나와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공사 진행을 하면서 의사소통은 잘 되었는지, 후에 AS는 잘해주었는지, 처음 견적과 판이하게 다른 최종 견적이 나오진 않았는지, 함께 일하시는 분들의 작업 퀄리티는 괜찮았는지 등을 물었다. 그리고 가게 내외부의 마감이 깔끔한지 눈여겨보았다. 그렇게 깐깐하게 고른 인테리어 업체와 공사를 시작했다.

나는 공사비를 최대한 아끼자고 마음먹었다. 예산도 빠듯했고 처음 하는 업장이니 최소한의 투자를 하고 싶었다. 전 가게에서 쓰던 문고리도 그대로 썼고 최소한의 철거를 했다. 얘기를 나누다가 '아 이건 돈이 좀 드는데'라는 말이 나오는 건 웬만하면 하지 않았다. 오래된 건물(내 기억으로는 86년도에 올린 건물)이다 보니 하수구 직경이 일반 음식점을 하기에는 좁다고 했지만 넓은 걸로 바꾸는 게 돈이 좀 든다는 말에 그냥 쓰겠다고 했다. 전기용량이 약간 딸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증설에는 돈이 좀 든다는 말에 딸릴 '수도' 있지만 안 딸릴 '수도' 있지 않냐며 그대로 쓰겠다고 했다.

테이블과 의자는 어찌나 비싼지. 자그마한 단체룸이 있었는데 좌식으로 하면 더 아늑할 것 같았고 의자를 놓지 않아도 되니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에 놓을 6인 좌식 테이블이 한 개가 필요했는데 앞에 영업하시던 분이 놓고 간 6인석 입식 테이블이 있었다. 이 테이블 다리를 잘라 좌식 테이블로 만들었다. 금속 사장님이 다리를 잘랐고 오염된 상판에는 직접 타일을 잘라 붙여 나만의 테이블을 만들었다. 이 가게를 떠날 때 직접 만든 그 테이블을 보며 옛 생각을 참으로 많이 했다.

이렇게 알뜰히 살뜰히 인테리어를 했지만 유일하게 투자한 게 있었다면 바로 출입문이다. 사람도 첫인상이 중요하듯 가게도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믿었던 나는 출입문에만 힘을 주었다. 원래는 출입문이 한쪽 짜리였는데 양쪽으로 열리는 큰 나무 문으로 바꿨다. 외부의 벽돌과 나무 출입문이 가게 외관의 포인트였고, 유럽 작은 마을 식당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렇게 나의 첫 가게가 완성되어 갔다.

참고로, 새는 비는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그곳에서 6년간 장사를 하며 몸소 느꼈다. 나중에 건축물대장을 보니 '균열이 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류를 제대로 챙겨보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원망도 했지만 봤다고 계약을 안 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계약날 누수를 보고도 계약을 했으니.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자리가 아니라 다른 곳에 계약을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그건 모르는 거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결국은 내가 직접 그 장소에 들어가서 업을 해보기 전까지는 완벽하게 그 장소에 대해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수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장님들이 겪고 있었고 우리보다 더 심한 케이스도 보았다. (내 자리는 주방에서의 누수였지만 홀에서 새는 가게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주문을 자주 되뇌었다.

"이 정도인걸 다행으로 삼자."

"이것보다 더 최악일 수도 있어."

"비 오는 날보다는 화창한 날이 더 많잖아?"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가게 자리를 계약할 일이 생기신다면 건축물대장을 잘 살펴보시길!

(그래도 삘이 온다면 어쩔 수 없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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